GM대우 정부지원 요청… 얼마나 어렵기에

이진우·양영권 기자 2009.02.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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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이어 완성차업체 두번째 지원요청, 사측 "선제적 대응일뿐"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을 비롯한 GM대우자동차 경영진 3명이 지난 11일 오후 과천 지식경제부 청사를 직접 찾았다. 이들은 이윤호 장관과 임채민 1차관 등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유동성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개별기업 차원에서 유동성 지원을 요청한 곳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 (5,540원 ▼110 -1.95%)에 이어 두 번째다. 지금까지는 개별소비세 인하 및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등 업계 차원의 '패키지 지원요청'이 주류를 이뤄 왔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GM대우가 내수와 수출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운용에 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GM대우가 이번 정부지원 요청을 매개로 고용이나 임금 등과 관련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GM대우는 이에 대해 일단 현재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선제적 대응'임을 강조하고 있다.



GM대우 고위관계자는 12일 "이번 면담은 최근 자동차 산업의 실상과 GM대우의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였다"며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도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계획대로 경영을 해 나가는데 문제가 있을 정도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위기상황에서는 충분한 신용라인 확보가 중요한 만큼 사전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차원의 지원요청이었다"고 강조했다.

GM대우는 고질적인 내수 부진에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수출마저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주주인 미국의 GM도 심각한 경영난으로 연방정부로부터 94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았고, 여타 GM계열사들도 각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GM대우의 지난해 내수와 수출 실적은 각각 10.7%, 7.7% 줄었다. 특히 올 1월 들어서는 판매실적이 반 토막 나는 등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실적만을 놓고 볼 때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GM대우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 이달 들어 각 공장의 임원식당을 폐쇄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받으려면 보다 강도 높은 '자구책'이 있어야 한다.



정부도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 삭감 등 자구 방안을 밝히고 GM그룹이 전체 구조조정 차원에서 GM대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하게 입장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앞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에 대해서도 이 같은 원칙을 지켰다.

GM대우 관계자는 "자구안 마련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 없는 만큼 (지원책 마련이 전제된다면) 노조 측과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은 개별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도 "만약 정부가 지원을 한다면 개별 기업이 아닌 전체 자동차 산업에 대해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GM대우 측에 밝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GM대우가 소형차 중심으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2002년 매각 당시 산업은행 등 4개 은행과 설정한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 라인) 20억달러가 유지되고 있어 긴급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M대우의 재무구조를 놓고 볼 때 지금 당장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절대적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이 갈수록 급감하고 있는데다 이같은 수출부진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워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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