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부실 건설사 11개라면 얼마나 좋을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1.20 17:25
글자크기

구조조정 건설.조선사 명단 발표..기나긴 구조조정의 시작

20일 채권은행들의 구조조정 대상 건설.조선사 명단 발표에 대한 증권가의 반응은 '그럴줄 알았다' '그래도 너무 심했다'는 실망감으로 싸늘한 분위기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불확실성을 상당히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으로선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한 기업들의 숫자와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것.



한마디로 '이제 시작에 불과하군'이라는 반응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 해소하겠다는 당초의 큰소리는 용두사미가 됐다.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증시에 자리를 잡고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될 때 제시된 정량적인 기준에 따른 C, D등급 비율은 36% 정도였지만 실제 발표된 기업의 숫자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며 "정부의 의지나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것에 비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강 팀장은 이어 "구조조정 대상에 분류되지 않은 기업이 다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길고 긴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건설업은 정부의 부양 정책 등으로 인해 향후 전망이 좋지만 검은 공(부실기업)과 흰 공(우량기업)이 구분되지 않아 투자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우리나라 건설사 중 11개 회사만 문제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겠지만 건설업 자체에 대한 매력도는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은행업에 대해서도 "이번에 발표된 기업들의 여신만 부실화 된다면 은행주가가 싸다고 볼 수 있지만 C, D 등급에서만 문제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A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도 "은행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을 확대할 경우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제 발등을 찍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조정을 최소화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테마 중 하나가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증시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