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발 2차 쓰나미? 작년 9월과 차이는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1.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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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2단계 평가불구 시장신뢰는 개선…"본질은 더 심각" 시각도

넉달전인 지난해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세계 금융시장에는 '쓰나미'가 밀어닥쳤다.
이후 350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 1차분 집행,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제로금리'채택 및 무제한 자금공급에도 불구하고 대형 금융기관들이 처한 상황은 지난해의 악몽을 상기시키고 있다.

◇ '리먼-1단계, 씨티-2단계' 상징,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



미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권에 나타나고 있는 혼란은 아직 지난해 9월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TARP 법안 통과를 전후한 금융시장은 완전히 마비상태에 놓여 있었다. 리보금리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고, 기업 자금조달 시장은 거래가 실종됐고 모기지시장도 마비됐다.
하지만 최근 리보금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모기지 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려왔다. 회사채나 기업어음 역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팩트&오피니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브러스카는 "지금은 경기침체 심화가 전형적인 기업들의 신용하락으로 이어져 금융권 손실을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은 정부의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대출을 자제하면서 실물경기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파생상품의 자산가치 급락으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촉발된 9월의 '금융쓰나미'가 1단계였다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금융권의 부실 심화는 '2단계'라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단계 위기 '태풍의 눈'이 리먼브러더스였다면 2단계는 씨티그룹이 태풍의 눈을 상징하고 있다.

◇ 기존 부실자산 그대로..실물 침체로 추가부실 더해져


금융기관간 대형 짝짓기와 모기지 업체 국유화, 정부의 금융기관 주식매입으로 시장의 '지뢰'들은 점에 대한 정리가 어느정도 이뤄져 언제 어디가 망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줄어든 상태이다.

하지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합병한 메릴 린치의 추가 부실로 정부의 추가 자금지원과 보증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데서 보듯, 대형 투자은행들의 부실자산은 여전히 장부에 남은채로 부실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과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등 정책당국은 이 때문에 TARP의 본래 구상대로 부실자산을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수준이 당시와 다르다는 점은 긍정적인 차이점이다.

베어스턴스-프래디·패니-리먼브러더스-AIG로 이어지는 대형 부실금융기관의 처리과정에서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이끄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경제팀의 정책은 원칙을 보여주지 못하고 시장 신뢰를 상실했다.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대립으로 의회 역시 신속하고 주도면밀한 정책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여전히 TARP 2차분 통과와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양당의 이견이 적지 않고, 오바마 당선인과 민주당 의원들간에도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민주당의 의회 장악력 증대로 정책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 "장기적으론 9월보다 더 심각" 견해도

현재 은행권의 상황이 본질적으로는 9월보다 더 심각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실물경기침체와 더불어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서브프라임'자산 뿐 아니라 '프라임' 모기지 자산으로 부실이 확산되고 있다.



주가급락이 장기화되면서 중동 국부펀드를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조차 미국에 등을 돌리면서 금융권은 자본 확충의 길이 더욱 막히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경기침체 심화로 인한 금융권 부실확대 추세를 되돌릴 '묘책'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월가 일부에서는 씨티를 포함한 대형 금융기관이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국유화될 가능성마저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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