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위기 재점화' 불안 확산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1.1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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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기 악화로 부실 확대… 씨티 구조조정 등 불안 확산계기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의 여파가 잦아들기는커녕 올해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금융주들이 일제히 급락한 것은 이같은 우려감을 반영한 것이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도 이날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의 경제가 이달 초 들어서도 하강을 지속하고 있으며 금융산업 경기 바닥은 아직 먼 상태라고 경보음을 울렸
다.



◇씨티그룹 구조조정, 금융시장 회오리 '예고편'?

금융부실 우려의 중심부에는 씨티그룹이 놓여있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씨티그룹은 당초 예정보다 1주일 이상 앞당겨 금요일인 16일 실적을 발표하기로 했다.
씨티그룹은 주식 중개부문인 스미스바니를 모간스탠리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주요 사업부분 매각을 통해 회사규모를 현재의 3분의1로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불구, 이번 분기에만 100억달러의 추가 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씨티그룹이 '그룹해체'라는 극단적인 구조조정을 택한 것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금융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 메리디스 휘트니는 미 은행들이 올해 400억달러의 추가 부실상각을 실시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덴버그 탤만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브브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역시 부실자산 급증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지역 금융기관들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모간스탠리는 이날 HSBC가 추가 부실로 인해 300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하고 배당금을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뱅크는 이날 사상 최악의 신용위기 여파로 인한 채권 투자 및 주식 거래 관련 손실로 인해 지난해 4분기 48억유로(63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이치뱅크는 전년 동기 10억유로의 순익을 올렸다.



도이치뱅크는 지난해 4분기 크레딧디폴트스왑(CDS) 관련 헤지 실패로 10억달러, 주식 거래로 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 실물경기 끝없는 추락에 금융 동반 부실 확대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 전문가 예상치 1.2%를 2배 이상 웃도는 감소폭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 판매는 3.1% 감소했다.
이로써 미국의 소매 판매는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1992년 지표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장기 감소세다.

소비 위축은 기업 부실화와 금융권의 동반 부실 우려로 이어진다.
스티펠 니콜라스의 크리스토퍼 무스타치오 이사는 "지난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시장 가치 급락으로 인한 부실상각으로 주로 대형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입었다"며 완전한 경기침체에 접어든 지금부터는 타격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에서 문을 닫은 은행은 40개. 올해는 몇배에 달하는 은행들이 무너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 TARP 2차분 등 부양책 속도 낼듯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 1차분 3500억달러 대부분이 금융권에 투입됐지만 금융기관들을 건전성을 회복시키기엔 규모나 수단이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패거&벤슨 구조조정 그룹의 마이크 칼슨 대표는 "주식 직접매입을 통한 자본확충과 더불어 부실 자산을 (매입을 통해) 금융기관의 장부에서 제거할때까지는 시장 상황이 조속히 회복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대적인 자금 공급으로 미뤄졌던 기업 부실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금융권의 부실도 누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재정적인 부양책이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충분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냉키 의장은 런던정경대(LSE)에서 가진 연설에서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한 보다 강력한 방법이 동원되지 않는다면 재정적인 부양책 만으로 경기가 회복되진 못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미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TARP 2차분 승인을 위해 의회를 압박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경기 및 금융시장 부양책 집행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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