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불리기'보다 '지키기'다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9.01.1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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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2009 자산 리모델링/ 펀드

'동반 급락에서 차별화로'

펀드, '불리기'보다 '지키기'다


2008년 글로벌 자산시장은 한 마디로 '동반 급락'의 전형이었다. 지역별, 섹터별로 차이가 없지 않았지만 거의 모든 주식시장과 자산이 동반 하락했다. 러시아와 중국 증시가 연초 대비 70% 내외 급락했고, 국제 유가도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이 나는 등 낙폭도 상당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시장 역시 전망이 잿빛이다. 하지만 동반 급락으로 점철되었던 2008년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차별화를 염두에 둔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종자돈을 크게 불리는 것보다 지키는 데 우선적인 목표를 둬야 하며, 장기투자와 함께 급등락을 이용한 마켓타이밍 기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차별화에 대비하라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까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고강도의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다. 각국 정부가 부양 의지를 보일 때마다 증시는 베어마켓 랠리를 보였지만 추세 상승으로 돌아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와 달리 2009년 글로벌 증시는 극약 처방의 실질적인 효과에 따라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2009년 글로벌 증시의 키워드는 차별화가 될 전망"이라며 "각국이 2008년 일제히 실시한 통화 및 재정 정책의 효과가 얼마나 가시화되는지 여부와 수출 부진에 따른 여파에서 얼마나 자유로우며 내수를 통한 경기 부양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 여부 등이 차별화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터키와 남아프리카, 헝가리 등 선진국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중국을 포함해 의존도가 낮은 국가의 주가 움직임이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고, 원자재 가격 하락에 의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곳의 주가 역시 향방이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원자재 가격은 경기에 민감한 원유와 비철금속이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으면서 안전자산의 성격을 가진 금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이계웅 팀장은 "지역별, 섹터별 차별화에 대비해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며 "2008년 10월 이후 중국을 포함한 일부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탄력 있게 상승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2009년의 차별화를 미리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

2009년 글로벌 증시는 2008년과 마찬가지로 추세적 상승보다 박스권 내에서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전망이다. 또 금융 및 경기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공격적인 투자보다 지키는 데 충실한 투자가 적합한 시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폭락장에 쓴 맛을 톡톡히 봤던 2008년의 경험을 교훈삼아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식형펀드에만 국한돼 있던 관심을 넓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수진 제로인 애널리스트는 "2008년과 시장 변동성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추세적인 상승 전환이 확인될 때까지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이후 강세장 속에서 잊고 있던 자산배분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여야 하며,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손실을 만회한 투자자산을 물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재무 여건을 점검하고 장단기 계획에 따라 재무설계를 짜는 것"이라며 "투자 결정은 예측하기 힘든 시장 전망이 아니라 자녀의 결혼이나 노후자금 등 확실한 변수를 근거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실 난 펀드 어떻게?

새해를 맞은 투자자들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반토막'이 난 펀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하는 문제다.

업계 전문가는 향후 1~2년 사이에 사용해야 할 자금과 가격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섹터 펀드 자금이라면 반등을 이용해 부분 환매하는 전략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반면 손실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환매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민주영 연구위원은 "주식 직접투자와 달리 펀드는 상품 내부적으로 종목 교체가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자가 굳이 손절매를 할 이유가 없다"며 "손실 이외에 환매를 고민하는 다른 이유가 없다면 당초 계획했던 기간까지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 재무설계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펀드라면 하락장에서 적립을 멈추는 것보다 투자를 지속하는 편이 손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장기적인 시각으로 투자를 지속하되 장기적인 전망이 어둡고 투자 영역이 좁은 테마펀드의 경우 반등을 이용해 환매 기회를 엿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동성을 이용한 마켓타이밍 기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계웅 팀장은 "50% 이상 손실이 난 거치식펀드의 경우 손실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다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차별화 움직임에 따라 전망이 어두운 지역의 펀드를 반등 때 환매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시장으로 옮기고, 펀드보다 ETF(상장지수펀드)를 이용해 보다 탄력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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