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외 달러 매수 세력들이 일제히 달러 매도세로 돌아섰고, 미국발 금융위기 우려가 진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과도하게 저평가돼 온 원화가 제값을 받기 시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연중으로 봐도 1520원은 고점이었다"며 "이날 환율 폭락은 지난 4주간의 박스권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결정으로 가격이 하락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12월 내내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잠재적인 결제수요, 달러 매수 세력의 손절매 규모, 환율 하락에 대한 매수 주체들의 판단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발 신용위기가 하나씩 풀리고 있다는 기대감이 심리적인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세가 하루 이틀로 끝날 것 같지 않아 환율 하락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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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새해 회계연도가 시작될 시점이고, 이들 역시 변동성이 큰 장에서 롱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환율 하락세가 지속된다고 판단해 이들이 매수 중지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다시 1500원 선으로 올라서기 힘들 전망"이라며 "11일 역외 달러 매도가 그친다면 1400원선까지는 올라서겠지만, 12월중 1300~1320원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계 은행 모간스탠리는 이날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통과해 하락세를 이어갈 조짐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실질실효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국제수지가 개선돼 원/달러 환율이 전형적인 저점 통과 조짐을 보인다고 전망했다.
모간스탠리는 지난 4일 기준 실질실효환율에 따른 원화 가치가 13년 평균치를 27.8% 하회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로는 균형수준 대비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 원화 가치가 40%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모간스탠리는 또 지난 10월 중 경상수지가 사상최대 폭인 4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국제수지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며 환율하락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