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쥐아닌 영장류실험 정면승부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10.1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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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규모 전임상..유방암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 (187,000원 ▼4,500 -2.35%)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동물을 대상으로한 전임상 시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리당 수천만원을 호가한다는 영장류(원숭이) 50여마리를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세계 10위권 다국적 임상대행기관(CRO)중 하나인 영국 앱튜이트과 계약했다. 셀트리온측은 협상을 통해 다소 저렴한 가격에 전임상을 진행하게됐다고 하지만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회사가 의뢰한 전임상으로서는 최대규모다.



대상 의약품은 유방암치료제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신약의 특허가 끝난 뒤 오리지널과 비슷한 구조를 갖도록 만든 카피 의약품이다. 합성신약의 경우 복제의약품 즉 제네릭으로 불리는 것과 차별하기 위해 지어진 명칭이다.

허셉틴은 한해에 40억달러어치가 팔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허셉틴을 한번 맞는데 75만원 내외의 비용이 들고, 한해에 수천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드는 고액 주사제다. 항체의약품으로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표적치료제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6년부터 '허셉틴'의 특허만료에 대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왔으며, 세포주 개발과 공정개발 등을 통해 물질개발을 끝낸 상태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 오리지널 제품과 물질의 구조가 100% 가까이 유사하다는 결과를 얻은 상태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전임상에 셀트리온이 큰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다. 시장이 클 뿐만 아니라 개발물질에 대한 검증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원숭이 한마리당 전임상 비용은 수천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 기업이 이 정도 규모로 원숭이에 대해 전임상을 실시한 사례는 없다. 이는 셀트리온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국내나 제3국이 아닌 세계 선진시장 출시를 염두에 두고 '확실한' 전임상 평가를 마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선진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원숭이 전임상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임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독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단계다. 따라서 개발된 약물이 사람에게 반응하는 과정이 가장 비슷한 동물을 사용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허셉틴'과 같이 면역거부반응이 우려되는 항체치료제의 경우,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한 원숭이 시험이 요구된다. 진정한 의미의 전임상인 원숭이 시험을 거치라는 얘기다. 이 기준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더욱 까다로워진다. 이번에 셀트리온이 50여마리의 원숭이를 전임상 대상으로 설정한 것도 유럽식약청(EMEA)의 기준에 맞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일부 국가는 쥐 실험으로 전임상에 통과할 수 있다"며 "그러나 유럽과 미국 등에서 믿을만한 데이터로 인정받으려면 원숭이 시험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개발중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2010년~2011년 국내와 동유럽, 아시아 등에 먼저 제품을 출시한 뒤, 오리지널인 '허셉틴'의 특허가 만료되는 2014년에 유럽과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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