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 대표 "첫 5년은 월급도 제때 못줬죠"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8.07.1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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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

- 사업 초기엔 "바지사장 아니냐" 막말도 들어
- 최근 美시장 성공 안착 "내년 가시적 성과"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스팀청소기로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이가 있다. 바로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44·사진) 대표다. 한 대표는 성공한 중소기업인이라는 평가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가산동 본사에서 그를 만나 주부CEO의 삶과 꿈을 들었다.

한경희 대표 "첫 5년은 월급도 제때 못줬죠"


#새로운 도전
한 대표는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 미국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시장 진출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했다. 주문자생산(OEM)이나 현지 에이전트를 두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결국, 지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직접 뛰어들었다. 그러다보니 할 일이 많아졌다.



그는 수개월의 노력으로 이제 본 궤도에 올라섰다고 했다. "미국 최대의 홈쇼핑인 QVC에서 첫 방송에 스팀청소기 1500대를 판매했고, 다음 방송에서는 3000대가 팔렸습니다. 분당 1만달러 매출이면 양호한 편인데 저희는 4만5000달러나 나갔죠. 또 대형마트에서 발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쯤 되면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겁니다."

국내 시장의 열배가 넘는 세계 최대 시장 개척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브랜드 소개부터 유통망 확보까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한 대표는 낙관적이다.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힘들었던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1999년 자본금 3억 원을 들여 회사를 설립하고 2001년 첫 제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개발비가 불어나 자신의 집뿐 아니라 친정과 시댁까지 담보를 잡기도 했다. 한 숨 돌릴 수 있었던 것은 사업을 시작한지 5년이 지난 2004년 말. 직원들 월급을 처음으로 제 때 줬던 것이 그 때였다. 그는 그전까지는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주부CEO였기에 당한 설움도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였죠. 보증기금에 대출을 신청하러 갔더니 한 분이 나와서 '당신 남편 주민번호 두드리면 나오니깐 남편이 무슨 사업하다 부도내서 당신이 바지 사장을 하는지 실토하라'는 협박을 듣기도 했습니다. 기가 막힐 일이었죠."

#주부 CEO
그가 왜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평탄을 삶을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1986년 대학 졸업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뒤 1996년 교육행정사무관 고시에 합격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결혼을 했고 두 아들을 낳았다.


"3년간 직장을 다니며 집안일을 하다보니 무릎을 꿇고 물걸레질하는 게 그렇게 힘들 수 없더라고요. 진공청소기가 있어도 꼭 물걸레질을 하잖아요. 그래서 스팀 청소기를 생각하게 됐어요. 반드시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공무원 생활을 접었죠." 주부이기에 생각할 수 있었던 아이디어였다.

주부로서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었다 해도 이제는 일이 우선이지 않을까. "애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 원칙적으로는 저녁 약속을 하지 않고 집에 가서 책 읽어주고 재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약점일 수 있지만 가족이 저에게는 최우선입니다. 그런 면에서 주부로서 점수가 높지 않겠지만 엄마 점수는 높을 거에요. 애들은 엄마가 최고인줄 압니다."(웃음)

한경희생활과학은 2005년 드디어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현재 10여 개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한 대표의 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성공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업가로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제품을 공급하는 최고의 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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