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이 없는 CEO는 가치가 없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8.07.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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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송하경 모나미 대표

'153볼펜'과 '플러스펜'으로 잘 알려진 모나미는 현재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표는 국내 문구업체 1위의 제조업체에서 사무용품 유통서비스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그 중심에는 송하경(48ㆍ사진) 대표가 있다. 경기도 용인 본사에서 송 대표를 만나 변화와 리더십, 그리고 꿈을 들어봤다.

비전이 없는 CEO는 가치가 없다


◇삶: 모나미와 한살 터울
송 대표는 1959년생이다. 모나미의 전신인 광신화학공업사는 송 대표의 부친인 송삼석 회장이 1960년 설립했다. 그러니 송 대표와 모나미는 연년 터울로 평생을 줄곧 함께 해온 셈이다. 어린 시절, 모나미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궁금했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집에서 불러서 교복을 입은 채로 회사에 갔죠. 그랬더니 옥상에서 사진을 찍게 하더라고요. 무슨 일인지를 몰랐는데, 다음날 신문광고에 제가 나오더군요. 말하자면 광고모델을 했던 거죠. 그 시절에는 볼펜이나 크레파스나 모두 신제품이어서 광고만 하면 물건이 잘 팔렸어요."

그가 일터로서 모나미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4년 대학 졸업 후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모나미에 입사했다. 그러다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상무로 재입사했다. 대표이사는 1993년 취임했다.



그는 대표 취임 후 변신의 고삐를 바투 쥐었다. 국내 볼펜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문구 제조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나가기 힘들 뿐 아니라 정체기에 이른 국내 문구 수요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첫 작업은 사업다각화였다. 1994년 휴렛패커드(HP)와 손잡고 잉크카트리지 등 프린터 소모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어 사무용품 유통업에도 진출했다. 2000년에 유통 브랜드인 '오피스플러스'를 만들었고, 지난해 12월에는 '모나미스테이션'이란 사무용품 편의점을 열었다. 앞으로 2년 내로 전국에 84개 매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일: CEO는 외로운 직업
CEO는 흔히들 '외로운 직업'이라고 한다.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 내려야 할 안건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모나미의 변화를 이끌어 와서일까, CEO로서 소회를 말하는 그에게도 외로움이 묻어나왔다. "변화는 필요한데, 불확실한 것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 수학문제처럼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힘듭니다. CEO라면 누구든지 블루 오션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판단이 잘 안서는 거죠."


그가 생각하는 CEO의 역할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CEO는 방향을 잡는 사람입니다. 비전을 제시하는 거죠. CEO가 일단 어디로 가자고 가리키면 중역은 거기까지 비행기로 갈지 버스로 갈지를 정하는 거죠. 팀장은 직원들이 늦지 않게 데려가는 역할을 맡는 거고요."

그는 CEO를 꿈꾸는 사회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부탁에 "비전이 없는 CEO는 가치가 없다"고 했다. "업종에 대한 정의도 바꾸고 앞으로 5,10년 후에 어떻게 나갈지 비전을 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지 못한 CEO는 잘하는 중역밖에 되지 않습니다."
비전이 없는 CEO는 가치가 없다
그는 존경하는 경영자로 스티브 잡스를 들었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매킨토시를 만들었을 때는 철저히 자기 위주로 만들었습니다. 최고의 기술을 자부했지만 IBM에 완전 밀렸습니다. 그러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그는 시장이 원하는 CEO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과오를 거름삼아 고객의 꿈을 실현시켜주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거죠."

◇꿈: 변신, 그리고 애견
재계에서 대표적인 `애견(愛犬) CEO`로 알려져 있는 송 대표는 개인적인 꿈이 "세계훈련견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애견용품 전문 온ㆍ오프라인 쇼핑몰 '모나미펫'을 운영하고 있고, 훈련견을 육성하는 '모나미랜드'도 조성했다. 키우는 개만 70마리다. "어릴 때부터 개를 좋아했습니다. 뭘 하나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취미가 커진 거죠."

그가 사장직을 물려받으며 창업주인 부친에게 들었던 조언을 묻자 "특별한 조언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모나미 제조 능력은 일본 수준과 대등할 정도다. 지금도 300만~400만 달러를 수출한다"면서 "다른 중소기업들이 사업 확장할 때 한 우물을 판 결실"이라며 부친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았다.

송 대표의 부친은 문구의 불모지인 국내에서 필기구의 혁신을 불러온 회사를 세웠다. 그가 이룩하고 싶은 모나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맨 처음 사업이 책상 위 물품을 공급했다면 이제는 사무실을 넘어 회사 비즈니스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획력을 갖춘 유통회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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