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수 조용필을 존경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8.07.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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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김강 액토즈소프트 사장

내가 가수 조용필을 존경하는 이유


법정 스님은 “삶에 변화가 없다면 인생은 이미 녹슬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이미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마음을 걷어내야 계속 발전해 갈 수 있다.

김강(46) 액토즈소프트 사장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다시 게임업종으로 계속 변신을 시도했다. 그 변신의 기준은 다름 아닌 10∼20년 후의 ‘가능성’이었다.



# 변신

김 사장은 대학교 1학년 때 바로 군대를 갔다. “국방부 홍보팀에서 영어 번역병으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미8군 문관에서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룰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 주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IBM 한국법인에 입사했다. “직장생활에서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습니다. IBM에서 여러 좋은 동료와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었죠. 영업과 전략기획 업무를 주로 했는데, 앞으로 정보기술(IT) 분야는 하드웨어(H/W)가 아니라 소프트웨어(S/W)가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두어 곳의 회사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MS) 코리아의 마케팅 세일즈 매니저로 옮겼다. “IT맨이라면 세계 IT의 메카인 레드먼드(MS본사 소재지)에 한번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본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라이선싱 이사에 지원했습니다. 각국에서 지원자가 몰렸는데,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아예 영어로 달달 외워 합격했어요.”

그는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인연을 맺게 된다. “중국 시장에서 학교나 관공서 등에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많이 깔아줬습니다. 불법 복제보단 이게 낫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본사의 윗 분들과 마찰을 많이 겪었습니다만, MS차이나 사장의 입장을 대변한 셈이 되어 버렸어요. 중국 시장 나름의 특성에 맞는 전략이었던 거죠.”


그런데 당시 MS차이나의 사장이 현재 액토즈소프트의 대주주인 샨다의 주요 경영진이 됐고, 그가 김 사장에게 액토즈소프트에서 일해보자는 제의를 했다. “게임업계를 보니 10년 후의 전망이 매우 밝았습니다. 마치 예전 MS에 처음 입사할 때 느낌이었습니다. 게임산업은 앞으로 주요한 ‘먹거리 산업’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김 사장은 특히 한국 사람들의 적성이 게임산업에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령 선생님이 우리나라가 팔 건 ‘끼와 혼’ 밖에 없다고 하셨잖아요. 게임의 기획력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을 못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산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 중독

게임회사 사장인 만큼, 청소년의 게임 중독 문제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김 사장은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저도 예전에 카드게임도 좋아하고 당구도 300점까지 쳤습니다. 당시엔 제 어머니도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보시다시피 이렇게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지 않습니까. 게임은 요즘 문화이고 청소년들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일 뿐입니다. 다 한 때입니다. 한 때 빠져 있다가도 자정 과정을 거치게 돼 있습니다.”

그 역시 저녁에 온라인 게임에 들어가 직원들과 만남을 자주 갖는다고 했다. “중독에 빠지는 사람은 꼭 게임이 아니어도 뭔가에 빠지게 돼 있습니다. 다 어른들의 걱정일 뿐입니다. 왜 비틀즈의 명언도 있잖습니까. 내버려둬라, ‘Let it be' 말입니다.(웃음)”

김 사장은 오랫동안 체계가 잘 잡힌 글로벌 기업에서 일했다. 끼 있는 젊은 직원들이 많은 게임 회사를 이끄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모든 걸 맡기고 들어주고 이해해주면 됩니다. 게임회사는 절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면 안 됩니다. 어느 조직이나 직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모든 문제는 윗사람이 포용을 못해서 생깁니다.”

# 리더

김 사장이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은 이랬다. “보통 윗 사람들이 ‘왜 이리 안 돌아가나’하고 직원들에게 호통을 많이 칩니다만, 그런데 사실은 자기가 안 돌아가는 거에요. 영광은 직원들의 것이고 사장은 조용히 그 뒤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사장이 폼을 잡으면 안 됩니다. 마음대로 일하게 해주고 잘 될 것이란 느낌을 직원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리더는 ‘지장’보다는 ‘덕장’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가수 조용필씨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차범근씨나 박지성 선수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들은 모두 연습벌레입니다. 준비 또 준비하는 사람들이죠. 사실 제가 사원에서 사장까지 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올 'A'를 받았는데, 당시 책을 통째로 외워버렸죠. 회사일도 그렇게 했고요. 사소한 일이라도 항상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고, 정리하고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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