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대우조선 先 매각 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3.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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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보다 부담없는 매물"

산업은행이 26일 민영화를 위한 몸집 줄이기 대상으로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이 아닌 대우조선 (32,750원 ▲1,150 +3.64%)해양을 우선 내놨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구체적인 민영화 밑그림을 제시한 지 6일 만이다.

◇'부담스러운' 현대건설=당초 시장의 시각은 대우조선보다 현대건설 우선 매각에 무게가 실렸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0원 %)이 사실상 매각 준비작업을 다 끝낸 상태였다. 3월에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려는 의지도 강했다. 3개 운영위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 역시 외환은행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산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김창록 총재는 전날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운영위와 관련해 어떤 공식 통보도 받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매각주간사 선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산은 입장에서 현대건설은 부담스러운 매물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15년 넘게 사장을 지낸 곳이다. 잠재적 인수자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의 정몽준 대주주도 엮여 있다. 4월 총선 이후 국책은행장 등 교체설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 총재의 임기가 올 11월인 만큼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김 총재 입장에선 둘 중 하나라도 서둘러 매각작업에 착수할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대우조선 先 매각 왜?


◇'부담 덜한' 대우조선=반면 대우조선은 부담이 덜하다. 채권단도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현대건설보다 훨씬 단순하다. 최대주주(31.3%)인 산은과 2대주주(19.1%)인 한국자산관리공사 둘뿐이다. 정부기관으로 의견을 조율하기도 쉽다.
 
산은은 이런 정치적 해석에 손사래를 쳤다. 대우조선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매각을 고민했다는 것. 그런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불거져 매각을 시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김영기 산은 이사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도 있고 정상화된 회사를 계속 끌고가기에도 문제가 있어 매각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대우조선 같은 초대형 매물이 같은 시기에 나올 경우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며 "산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대우조선을 우선 순위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하는 외환은행=외환은행은 산은의 발표에 대해 무책임한 행태라고 반발했다.

외환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은 국책은행으로서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최소한의 일정이나 구체적 계획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의 기대를 뒤엎고 대우조선 매각에 착수한 산업은행은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2006년 5월 현대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졸업한 이후 2년여간 매각을 논의해왔지만 옛 대우건설 매각 일정과 중복돼 산업은행의 옛사주 책임론 제기 등으로 매각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대우조선 매각 및 일정 중복과 관계없이 다음달 초 현대건설 매각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산은과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대우조선 가치는= 2001년 워크아웃 졸업 당시 대우조선의 시가총액은 1조원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26일 종가기준으로 6조8950억원에 달했다. 세계 조선시장 활황을 타고 7년새 가치가 크게 뛰었다. 올해 매출은 9조9000억원으로 작년보다 40% 가량 높게 잡고 있다. 지난해 5% 미만에 그쳤던 영업이익률도 7~8% 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은과 캠코의 지분율은 50.4%. 단순 계산해도 매각액이 3조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20~25%를 붙이면 가격은 4조~4조5000억원으로 뛴다. 증권사들이 적정주가로 보고 있는 5만~5만5000원을 적용할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가격은 7조~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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