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재규어, '럭셔리' 디젤을 타다

머니투데이 김용관 기자 2007.11.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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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Life]재규어 뉴 XJ 2.7 디젤

재규어는 일단 우아하다. 기품이 넘친다. '럭셔리'답다는 느낌이다.

요즘 봇물처럼 쏟아지는 중저가 수입차와는 느낌이 다르다. 또 첨단기술과 화려함을 강조하는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와도 차별화된다.

잘 차려입은 영국 신사의 기품이 느껴진다고 할까. 미국의 포드로 넘어갔지만 아직도 그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승기]재규어, '럭셔리' 디젤을 타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재규어 뉴 XJ에 2.7리터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

굴곡이 있는 독특한 보닛 디자인과 5m가 넘는 길고 낮게 깔린 차체가 눈길을 확 끈다. 포효하는 듯한 재규어의 엠블렘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명예를 상징한다.



구형 모델에 비해 전면부가 크게 바뀌었다. 크롬 메쉬 스타일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범퍼를 중심으로 상단과 하단으로 나눠 웅장함을 더했다.

고풍스러운 외관은 인테리어로도 이어진다. 스티어링휠과 변속기 레버, 센터페시아 등을 천연 호두나무 소재로 만들었다. 여기에 하나하나 수공예로 제작되었다는 천연가죽 시트는 운전자의 격을 높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1억원에 가까운 세단을 몰 때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시동을 걸자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재규어 XJ 2.7D의 엔진은 분명 디젤엔진. 그러나 소음과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디젤 엔진이라고 들었는데' 차가 너무 조용하다. 이제껏 타본 디젤차 가운데 가장 조용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승기]재규어, '럭셔리' 디젤을 타다
엔진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엔진룸의 구조를 바꾸고 라미네이트 글래스(이중접합유리) 등 첨단 방음재를 사용, 소음을 10dB(데시벨)이나 낮췄다는 것이 재규어 측의 설명이다.



이는 유럽연합이 정하고 있는 디젤차량의 소음 기준보다도 7dB이나 낮은 수치라고 한다.

진동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차체의 진동을 줄이기 위해 업계 최초로 장착된 능동적 엔진충격 흡수 마운트(AEM)가 진동을 90% 이상 흡수한다고 한다.

가속 페달을 밟자 지긋이 힘을 발휘하며 차체를 움직인다. 그러나 한치의 오차도 없기 때문에 긴장하는 독일차와는 달리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편안하다.



그렇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디젤 특유의 힘을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2초에 불과하다. 최고 안전속도는 시속 225km.

이같은 성능은 2.7리터 V6 트윈터보 디젤 엔진과 독일 ZF제 6단 자동변속기에서 나온다. 최고출력 206마력(4000rpm), 최대토크 44.4 kg·m(1900rpm)의 힘을 뿜어낸다.

특히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리터당 11.6km의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5m가 넘는 차체의 몸무게를 1.7톤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 차는 차량의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높낮이를 조절하는 셀프 레벨링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해 딱딱한 독일차와 달리 부드럽다. 그래서인지 노면의 요철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간다.

[시승기]재규어, '럭셔리' 디젤을 타다
코너에서의 몸놀림도 뛰어나다. 정확한 핸들링을 자랑하지만 날카로워서 다루기 힘든 쪽은 아니다. 급한 코너링시 좌우로 휘청거리는 롤링 현상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 차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뒷좌석에 앉아봐야 한다. 한마디로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떠올리게 한다.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전동으로 시트의 위치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고 열선도 들어가 있다. 또 뒷좌석에서도 운전과 관계없는 에어컨, 오디오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암레스트에 들어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별도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마련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좌석 헤드레스트 상단부에는 각각 별도의 모니터가 장착돼 있다.

디젤 엔진을 탑재했지만 이 차는 운전자가 아닌 뒷좌석 승객을 위한 차라는 느낌이 강하다.



판매가격은 SWB 9200만원, LWB 950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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