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출마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 전 총재의 출마 명분이 불분명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의 출마에 대해 빈번하게 들리는 평가는 '역사의 후퇴'. 1997년과 2002년 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한 후보가 또다시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것.
경선불복과 마찬가지라는 말도 나온다. 출마 선언이 탈당과 동시에 이뤄지는 데 대해 한나라당 경선을 거치지 않은 '무임승차'라는 비판이다. 2002년 경선불복을 감행했던 이인제 후보를 맹비난했던 과거와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지난 1일 이방호 사무총장이 자칫 제무덤 파기가 될 수도 있는 한나라당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끄집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차떼기'와 더불어 아들 병역 비리도 뗄 수 없는 꼬리표.
보수 진영의 분열을 자초했다는 부담도 크다. 지난 2일 지방으로 내려간 이 전 총재는 "보수진영 분열 책임론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측근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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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다른 당의 후보로 나온다 해도 "한나라당 후보가 두명인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도 나온다.
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구애에 실패, 보수 진영이 '3강구도'로 갈릴 경우 자칫 3번째 찾아온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보수파들의 거센 비난은 불 보듯 뻔하다.
"출마선언이 이뤄지고 박 전 대표의 일시적 지지가 빠지면 여론조사 지지율은 대거 빠질 것"(박희태 의원)이라는 경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전 총재의 이념 과잉도 풀어야 할 과제. 지나친 '우향우' 행보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30~40대 화이트컬러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