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연일 최고가, 어디까지 가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10.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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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등 지정학적 우려+약달러+금리인하→100달러?

국제 유가가 배럴당 86달러를 넘어서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유가 역시 사상최고치를 돌파했다는 지적이다. 100달러 돌파가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전날보다 2.44달러 오른 86.13달러로 마감, 지난 주말 기록했던 최고가를 넘어섰다.



유가가 급등세를 지속한 이유는 터키와 이라크내 쿠르드족간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공급부족에 따른 투기적 매수세가 가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약달러와 이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도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지나치게 올랐다는 지적도 있지만 당분간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터키와 이라크, 이란 지정학적 우려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이 줄었다는 발표와 함께 터키군이 이크라안에 있는 쿠르드족 근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라크는 세계 3대 원유고를 보유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조만간 의회에 이라크안에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 근거지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550명으로 구성된 의회의 절반 이상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야당도 이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로버트 에벨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유가에 부정적으로 가고 있다. 터키에서는 무력시위가 한창이고 이라크는 안정되지 않고 있으며 이란 역시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공급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유가 역시 이란이 원유 생산을 중단한 1981년 기록한 당시의 고점을 넘어섰다. 당시 37.48달러까지 오른 유가는 지금 물가를 고려하면 84.73달러로 추정된다. 실질적인 유가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셈이다.

씨티그룹, 도이치방크, HSBC 등은 지난달 휘발유 소비 감소와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이유로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도이치방크의 아담 시민스키는 "연말 7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가는 70달러가 아니라 90달러를 향해가고 있다.



◇달러 약세가 부채질
유가뿐 아니라 다른 상품 가격도 급등세다.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는 유가에 대한 투기적인 수요를 자극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상품 가격과 달러화 가치는 통상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다. 약달러는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지역의 유가를 상대적으로 싸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로버트 에벨은 "미국을 제외하면 유가급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외의 나라에서 유가 상승은 비교적 덜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달러화 기준 올들어 41%상승한 WTI 가격은 유로로는 35%, 파운드로는 39% 올랐다.



브로커리지 회사인 유로 퍼시픽 캐피털의 피터 시프는 "유가는 곧 90달러를 넘어 다음해 100달러를 향해갈 것"이라며 "2, 3년안에는 150,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 절상되고 있어 이들 지역의 원유 수요는 한층 강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유로화는 이날 유럽중앙은행(ECB)가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로 달러에 대해 급등했다.

◇바탕에는 금리인하 후유증
A.G.에드워즈&선스의 빌 오그라디 본부장은 "지난달 연준이 필요없이 금리를 인하한 부작용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채권,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다른 나라 통화와 유가를 비롯한 상품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에 따라 유동성이 달러화나 미국채가 아닌 곳으로 계속 이동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OPEC 역시 이같은 입장을 나타내며 유가상승의 원인을 미국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원유 생산국은 달러화로 원유를 파는데 비해 소비자들은 유로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약달러가 고유가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OPEC 회원국들은 12월5일 모임에서 약달러의 영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차키비 케릴 알제리 장관은 "원유 수출국들은 달러 약세 때문에 많은 것을 잃고 있다"며 "유가상승이 달러 약세로 인한 알제리의 손실을 일부 만회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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