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유치 '재계가 뛴다'

머니투데이 김용관 기자 2007.08.28 10:10
글자크기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 등 전방위 '스포츠 외교'

11월27일로 다가온 2012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뛰고 있다.

14조원의 경제 효과와 9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낳을 것으로 추산되는 ‘경제 올림픽’을 위해 사실상 '본업'보다 더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특히 강원도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재도전에 실패하면서 여수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현재 여수는 최종 개최지 자리를 놓고 모로코의 탕헤르, 폴란드의 브로츠와프와 치열한 3파전을 펼치고 있다.

여수는 지난 4월 BIE 현지실사 결과 ‘탁월하다(excellent)’는 극찬을 받았고, 경제규모나 개최능력 등 대외경쟁력에서도 다른 두 도시에 비해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치 성공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탕헤르와 브로츠와프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공격적인 유치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포 유치 사령관..정몽구 회장 = 정부는 이 때문에 대기업의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여수 엑스포 유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5년 전 2010 여수엑스포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번 여수 엑스포 유치위원회에서 정 회장의 공식 직함은 고문. 하지만 고문 역할에 머물지 않고 그룹 내에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TFT'를 만들어 5년전 뛰었던 정예 멤버를 불러들이는 등 일찌감치 유치전에 발벗고 나섰다.

4월에는 체코 현대차 기공식과 슬로바키아 기아차 준공식에 참석해 전방위적인 엑스포 유치활동을 벌였다.

5월에는 동유럽과 남미를 방문, 정.관계 최고위층 인사들을 만나 여수 엑스포 유치를 적극 지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70대 노구를 이끌고 강행군을 펼쳤다.

겉으로는 해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를 직접 방문, 현장경영을 펼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현지국가 수상 등 고위 관계자를 만나 여수 엑스포 유치를 호소했다.

정 회장은 출장기간 내내 ‘현대·기아차’보다 ‘여수’라는 말을 더 자주 입에 올릴 정도로 여수 엑스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6월에는 제주평화포럼에 온 전 세계 전현직 각료와 정재계 지도자들을 상대로 유치외교를 전개했다.

정 회장의 이같은 열정에 감명받은 여수시는 20일 여수엑스포 개최지 결정 D―100일 행사에서 명예시민증을 전달했다. 지난 22일에는 여수엑스포 유치위원회가 정 회장을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하며 힘을 실었다.

◇정 회장, 운신의 폭 확대해야 = 정 회장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방문 국가마다 수상, 총리, 상원의장 등 정부 최고위 관계자와 개별 면담을 이뤄냈다.

민간차원의 경제 협력은 물론 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 회장이 만난 해외 인사들은 엑스포 유치 지원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력인사들로 망라돼 있다.

평창에서 봤듯이 가장 큰 유치 관건은 외교력이다. 이 때문에 재계와 유치위원회 내에서는 정 회장의 운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세계 190여개국에 펼쳐져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유력 인사와의 지속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지만 표심을 갖고 있는 정부 최고위층을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유치전도 2차 투표 이상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장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정 회장에게 대통령 특사 자격 등을 부여해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지구촌 곳곳 총출동 = 정 회장 뿐만 아니라 유치위원장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을 비롯해 40여명의 재계 인사가 국내외에서 여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 회장은 기업 경영은 내부에 맡기고 BIE 회원국들을 돌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 6일에는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을 초청하는 등 해외 표심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전남 여수산업단지 대표기업인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은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중동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동시에 중앙유치위원회에 10억원의 기금을 출연하는 등 지원 활동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역시 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표심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진방 대한해운 회장,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 등 해운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을 수행해 26일부터 BIE 회원국인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4개국을 방문해 유럽지역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