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휴'로 진화하는 아파트 디자인

머니투데이 이승호 기자 2007.04.01 13:07
글자크기

[토요부동산]생태학·인간중심·편리성 추세 뚜렷..디자인 전문가 영입 경쟁 가열

아파트 실내에 꽃무늬 벽지가 사라지고 생태와 빈티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요트를 연상시키는 외관이 시도되는가 하면, 거실이 2면 개방형으로 꾸며진다.

건설업계의 '디자인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등 가격 통제로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힘들어진데다 사업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위식의 발로다.  



지난해 부터 발코니 확장 규제가 완화되면서 새로운 내부 공간이 생긴데다 9월부터 시작되는 마이너스 옵션제로 실내 디자인의 차별화 전쟁이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디자인 개혁의 중심은 사람(人)이다. 국내외 디자인 전문가를 앞다퉈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



대림산업 'e-편한세상'은 한국적 정서를 강조한 '생태학적 디자인'을 도입, 업계를 리드해 나가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디스플레이는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역학분담'을 제시해 실제 살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려한 것도 특징.

생태학적 디자인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자연친화적인 디자인, 한국적인 라이프스타일, 기능성과 공간감을 창출해 내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대림산업은 한국적인 디자인을 위해 다실과 서재 등의 공간에 나뭇결이 훤히 들어나 보이는 마루바닥과 면, 마, 한지 느낌이 나는 벽지, 고재(高材)로 만든 탁자, 선반 등의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한국전통의 좌식문화를 담아냈다. 


'쉼'이 있는 자연친화적 디자인을 위해서는 나무, 돌, 회벽 등의 천연소재와 빈티지(vintage) 느낌이 나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환경과 웰빙을 생각하는 자연친화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e-편한세상'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을 디자인하면서도 디스플레이는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 둔 것 것이다.



마영범 디자이너는 "올해 'e-편한세상'의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은 공간을 디스플레이로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기능적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형태를 단순화하면서도 본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트렌드를 제시한다는 것. 대림주택문화관에 36평, 53평, 71평 등 3가지 타입의 새로운 디자인을 소개했다.

예컨데 36평은 '어린 자녀를 둔, 책 읽기를 즐기는 30대 후반의 부부가 사는 집'이라는 가상의 라이프 스타일을 근거로 삼았다. 수납공간을 극대화하면서도 각 방의 조명을 매입형으로 설치해 형태가 아닌 기능성을 강조했다. 또 빌트인가구 손잡이를 매입형으로 설치해 사용상의 편리를 극대화했다.



'부조(浮彫)와 입체 예술품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 부부와 장성한 자녀를 둔 집'을 가상으로 한 71평은 한국적 스타일을 강조한 것이 돋보인다. 실내에 박공 형태의 천정을 사용해 모두 똑같은 공간이 아닌 나만의 공간을 나타냈다. 또 전통문양의 커튼과 발, 미닫이, 대청마루 등을 사용해 한국적 미학을 표현했다.

현대건설은 미국과 이탈리아, 홍콩, 호주 등 해외 디자인업체와 손잡고 '명품 디자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숲 힐스테이트'에는 요트 형태의 외관을 도입하고 '상현동 힐스테이트'에는 유럽풍 외관을 적용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주5일 근무에 따라 남성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환경을 반영해 안방 옆에 남성의 휴식 공간을 마련한 '남성 전용 평면'을 내놓았다. 아파트 디자인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쌍용건설은 주상복합 '남산 플래티넘'의 거실에 투명한 구조의 가변형 벽체를 설치, 공간을 분 리하면서도 넓어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노렸다. 남산 플래티넘의 모델하우스에는 새로운 디자인을 구경하려는 경쟁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서울 목동의 주상복합 '트라팰리스'의 실내 디자인을 앙드레 김에게 맡겨 화려하면서도 편리성을 극대화한 디자인을 내놓았다. 또 영국 탠 저린의 이돈태 사장을 디자인 고문으로 영입해 디자인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동일토건과 신영건설의 디자인 트렌드도 인간중심과 편리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동일토건의 '천안 동일하이빌' 모델하우스는 대형 평형에서 3대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관을 기준으로 좌우에 포켓도어를 설치해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한 집에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한 것.

주방이 유난히 넓은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주방 중앙에는 사각형 대형 아일랜드형 식탁 겸용 조리대가 설치됐고, 보조주방 겸 창고도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 했다.

신영의 청주 지웰시티' 모델하우스는 모든 평형의 거실이 2면 개방형으로 꾸며졌다. 거실 한 쪽에는 수도 및 배수설비가 갖춰진 '웨트존'(Wet Zone)이 있다. 실내 화단을 조성하거나 화초를 키울 수 있도록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