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어때요?" 소득 높을수록 '호감'…74% "그래도 존경은 안해"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양성희 기자, 김남이 기자, 김상준 기자 | 2022.06.20 06:30

2022 당당한부자 대국민 설문조사(上)

편집자주 | 우리 사회의 부자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인정과 존경의 대상은 아니었다. 뭔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을 것같고 사회에 돌려주는데 인색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정당하게 벌고 모은 부를 사회와 함께 쓰는 '당당한 부자'들이 우리 사회엔 적지 않다. 머니투데이는 '당당한 부자'란 주제로 2004년부터 매년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 부자에 대한 인식,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올해 어떻게 달라졌을까.



"목숨 걸고 있다" 이재용, 존경할 부자 첫 1위





(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삼성그룹 창업 3대 경영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한국인이 가장 '존경할 만한 부자'로 선정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머니투데이가 2007년 이후 매년 진행해온 '당당한 부자' 조사에서 올해 16.3% 지지를 얻어 첫 1위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2020년 "삼성그룹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무보수 경영에 임하면서 반도체 및 전자산업 격화 위기에 "목숨걸고 (노력하고) 있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굳은 결심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존경할 만한 부자 조사에서 처음으로 2위(7.6%)를 차지해 5위권 이내에 들었다. 그 해 5월 6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며 "분명히 약속건데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없도록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선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직접 맞아 한미 경제동맹을 굳건히 하는 핵심 호스트 역할을 맡았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최초 사례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삼성이 국익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존경할 만한 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그의 선친인 고 이건희 삼성 회장(2대)은 9.6%의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1위였던 고 이건희 회장은 아들에게 영광스러운 자리를 물려주었지만 부자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첫 사례가 됐다. 특히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1대)도 2.4%로 5위에 올라 삼부자가 총 28.3%의 지지로 존경할 만한 부자에 올랐다.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삼성가(家)를 존경스러운 부자 가문으로 여기는 것이다. 삼성 외에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 회장이 9%로 3위에, 유한양행을 남기고 가업승계 없이 떠난 고 유일한 박사가 4.1%로 4위에 올랐다.

[평택=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찰하고 있다. 2022.05.20.
존경할 만한 부자 10위권 내에서는 기업인 외에 처음으로 스포츠스타인 손흥민 축구선수가 1% 지지로 9위에 선정됐다. 영국 토트넘 핫스퍼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는 올해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라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해외 인물들 가운데선 올해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19.7%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빌 게이츠는 2008년 이후 조사에서 한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2009년 41.7% 지지율은 2018년 26.8%로 떨어졌고, 올해는 10%대로 추락해 위상변화를 보였다. 올해 2위는 조사 개시 이후 변함없이 빌 게이츠와 매년 1, 2위를 동행한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8.6%)가 차지했다.

올해 해외 인물 가운데선 매년 3위를 차지했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4위, 4.7%)가 그 자리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5.4%)에 내준 것이 눈에 띈다. 5위에는 퇴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0.8%)이 올랐다.

2022년 '당당한 부자' 전국민 여론조사는 ㈜케이스탯리서치가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5월 마지막주에 실시했다. 표본추출은 비례할당 및 체계적 추출법(Proportionate Quota & Systematic Sampling)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신뢰수준)다.





소득 높을수록 부자 눈높이도 높다…"50억원 이상" 19.8%




부자의 총자산 기준/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누가 부자일까. 부자의 기준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달랐다. 총자산 얼마 정도가 있어야 부자인지 묻는 말에 고른 응답이 나왔다. 소득이 높을수록 부자의 기준도 높았고 매년 부자의 기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한 결과다.

'살고 있는 집을 포함해 총자산이 얼마 정도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27.6%의 응답자는 '10억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50억원 이상이 19.8%로 뒤를 이었고, 20억원 이상(17.0%), 100억원 이상(15.3%), 30억원 이상(14.5%)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총자산 10억원 이상을 부자로 본 응답률은 소득이 낮은 가구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 농업·임업·어업 종사자, 광주·전라 지역에서 응답률이 높았다.

가구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가구에서는 45.9%의 응답자가 부자의 기준을 '총자산 100억원 이상'으로 꼽았다. 소득의 많은 만큼 부자의 기준이 다른 가구보다 높았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50억원 이상, 100억원 이상을 부자로 본 응답률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부자의 기준이 다소 높아진 셈이다.

'50억원 이상'의 응답률은 지난해 18.3%에서 올해 19.8%로, '100억원 이상'은 지난해 13.0%에서 올해 15.3%로 각각 상승했다.

부자의 금융자산 기준/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현금성 있는 금융자산을 기준으로 얼마나 돼야 부자인지' 묻는 말엔 '10억원 이상'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33.1%의 응답자가 '10억원 이상'이라고 답했고 5억원 이상(23.6%), 3억원 이상(14.9%), 1억원 이상(12.4%), 30억원 이상(12.1%)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10억원 이상'을 선택한 이들은 40대(41.0%), 서울 지역(42.5%)에서 특히 많았다. 또 연도별 추이상으로 '10억원 이상'에 대한 응답률은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였다. 2년 전 응답률은 28.1%였는데 지난해 30.2%에서 올해 33.1%로 높아졌다.


'30억원 이상'에 대한 응답률도 최근 몇년 사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2년 전엔 7.9%에 불과했던 응답률이 지난해 11.6%로, 올해 12.1%로 뛰었다. 현금성 부자의 기준도 다소 높아진 셈이다.





국민 3명 중 1명 "부자 좋아한다"…도덕적 책임 다해야 당당한부자




한국 사회에서 부자에 대한 호감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조사에서 처음으로 호감 비율이 비호감을 넘어섰고 올해에는 국민 3명 중 1명꼴로 부자를 호감있게 바라봤다. '당당한 부자'의 조건으로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 수행을 꼽았다.

머니투데이가 여론조사업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한 '당당한 부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이 부자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있는 비율은 36%로 지난해 조사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21.7%) 이후 꾸준히 상승 중이다.

비호감 비율은 21.1%로 지난해 대비 2.7%포인트 떨어졌다. 7년 연속 하락 중이다. 부자에 대한 호감은 커지고, 비호감은 낮아지면서 2020년 호감 비율이 비호감 비율을 역전했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응답자 구성을 보면 전 연령층에서 호감 비율이 비호감보다 높았다. 또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부자에 대한 호감 비율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월 평균 가구수입이 1000만원 이상인 응답자는 40% 이상이 부자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국민들은 당당한 부자가 되기 위한 우선 순위로 '부자로서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 수행'(48.6%)를 꼽았다. △부의 자발적 사회 환원(21.4%) △부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14.3%) △정부의 부 재분배 정책 추진(11.2%)보다 부자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 수행을 압도적으로 우선시했다.

다만 부자에 대한 존경은 호감도와 달랐다.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비중이 74.1%를 차지했다. '부자의 노력을 인정은 하지만 존경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절반(53.2%)을 넘었고, '노력을 인정도, 존경도 않는다'는 답변이 20.9%를 차지했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부자의 인격이나 행동을 마음 속에서 공경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였다.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특권의식 많음(25.4%) △금수저를 물고 태어남(24.3%) △모은 부를 사회 환원하지 않음(21.7%) △불법, 탈법으로 부를 모음(20.7%)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특권의식이 많다'는 답변은 2018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남'이 2년 연속 응답률이 올랐다. 이미 타고 난 부에 대해서는 존경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식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부자를 존경하는 이유로는 '고용창출 등 국가경제 기여'가 3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식으로 부를 이룸(24.5%)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이룸(22.2%) △기부 등 사회 환원으로 사회 모범'(15.3%) 순이었다.

대부분의 항목이 지난해 대비 상승했으나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이룸'은 하락했다.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금수저'에 대한 문제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국민이 바라는 정책은…"경제 성장 시켜주고 집값 잡아주세요"




부자가 되기 위해 정부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분야로 국민은 경제 성장과 집값 안정을 꼽았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집값 안정이 절실하다고 보는 국민이 늘었다. 자산 형성과 증식을 위해 부동산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일부 반영된 결과로도 풀이된다.

머니투데이가 여론조사업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당당한 부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자가 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력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응답자들은 경제 성장(33.5%, 이하 중복응답), 집값 안정(33.1%), 일자리 창출 확대(32.8%) 등을 꼽았다.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가구소득 100만~200만원 미만(44%)과 농업·임업·어업(43.4%)에서 높았고, 집값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46.7%)와 30대(42.3%)에서 많았다. 일자리 창출의 경우 농업·임업·어업(44.7%) 종사자들이 중요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연도별 응답 추이를 보면 정부가 집값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응답 비율은 2020년 28.2%에서 지난해 32.3%로 4.1%포인트 껑충 뛴 데 이어 올해도 0.8%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COVID-19)가 촉발한 유동성 확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따른 집값 급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는 '내 집 마련' 욕구와 연결된다.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도 부동산이 가장 주목받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절반 이상(56.1%)의 응답자가 '새 정부에서 가장 주목받을 자산'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이외 응답은 예·적금(10.9%), 주식(8.0%), 외화예금(4.3%), 가상자산(4.1%) 등으로 나타났다.

모든 계층에서 부동산을 지목한 비율이 높았는데 특히 30대(63.3%)에서 비율이 높게 나왔다. 정권에 관계없이 한국에서 부동산은 자산 증식을 위한 기반이라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66.3%)에서 부동산을 고른 비율이 높았다. 서울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시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일~27일 이틀간 이동전화와 가구유선전화를 병행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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