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하게 터지는 '강매강', 어느새 올라가 있는 입꼬리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9.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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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매강'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강매강'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논리와 팩트를 중시하는 T형(사고형), 촉과 감정을 앞세우는 불도저, 아부의 달인,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다혈질, 미소만큼이나 해맑은 뇌의 소유자. 캐릭터가 뚜렷한 개개인이 모이면 웃음 터지는 상황들이 생긴다. 시트콤은 바로 이런 요소를 극대화해 한 공간에 등장인물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개성을 유쾌하게 버무려 코미디를 연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매강’은 시트콤이다.

코믹 수사극을 표방하는 ‘강매강’은 전국 꼴찌 강력반과 초엘리트 신임 반장이 만나 최강의 원팀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잇단 실적 부진과 업무 과실로 인해 반장 좌천 전문으로 낙인찍힌 송원서 강력 2반의 무중력(박지환), 정정환(서현우), 서민서(박세완), 장탄식(이승우)이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초엘리트 반장 동방유빈(김동욱)과 환장의 공조 수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강매강'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강매강'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강매강’이 전면에 표방한 장르는 코믹 수사극이다. 하지만 장면들을 전시하는 방식은 시트콤에 더 가깝다. 주요 등장인물의 개성을 강화해 또렷한 특색을 만들고, 이를 작위적으로 부각시켜 연속적인 웃음을 준다. 또 주요 등장인물들은 함께 공조 수사를 해야 하는 ‘원팀’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상충시켜 이들의 불협을 개그로 삼는다. 강력반의 업무지를 폐원한 어린이집으로 삼은 것도 그렇다. 리모델링조차 하지 않은 내부는 장난감으로 가득하고, 화장실에 놓인 변기도 어린이용이다. 마주한 두 성인 남성이 쩍벌을 하고서 낮은 어린이용 소변기에서 일을 보는 장면은 딱 시트콤에서 볼 법한 코미디다.



‘강매강’은 ‘하이킥’ 시리즈를 집필한 이영철 작가와 이영철 작가와 함께 ‘감자별 2013QR3’,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공동 집필한 이광재 작가가 극본을 썼다. 꾸준히 시트콤을 써왔고 그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이영철 작가는 변화한 시대 감성에 맞춰 코미디 농도를 조절해 ‘강매강’을 내놓았다. 이제는 비인기 장르가 돼버린 시트콤을 표방하지 않은 것도 시대 흐름에 맞춰 발을 뒤로 한발 뺀, 어쩌면 똑똑한 전략처럼도 보인다. 시트콤이 갖는 인위적 유머 코드를 불편해하는 시청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강매강'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강매강'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강매강’은 시트콤의 인위적 유머 코드를 강렬하게 껴안은 작품이지만 동시에 캐릭터 서사를 탄탄하게 부여해 드라마적인 개연성도 격하게 품는다. 엘리트인 동방유빈이 왜 경찰 주요 보직을 두고 현장 수사를 뛰는지, 전 사격 국가대표 명사수 정정환이 왜 그렇게 궁상맞게 구는지 등 등장인물을 단순히 희화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정환이 딸의 생일 선물을 마련하는 장면을 궁상 맞게 묘사해 웃음 코드로 가져간 후, 잠든 딸의 머리맡에 그 선물을 가져다놓는 정정환의 애틋한 표정으로 드라마적인 감동을 가져간다.


다만 극 초반 강력 2반이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벌이는 몸 개그 등의 작위적인 유머 코드는 요즘 시청자들에겐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1,2회를 지나 3회까지 보고 나면 층층이 쌓인 서사의 안정감으로 흡입력 있는 시청 궤도로 진입한다. ‘강매강’은 평양냉면처럼 그 맛을 여러 차례 봐야 진정한 재미와 맛을 느낄 수 있다.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이라는 줄임말의 ‘강매강’은 제목처럼 강력하거나 자극적인 소재 탐닉 없이, 매력적인 강력반 구성원들의 캐릭터성으로 시트콤의 매력을 잘 살린다. 아는 체가 과해 재수 없게도 느껴지는 동방유빈, 외모만 봐선 이해 불가지만 마성의 매력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포로로 만드는 무중력, 혼자서만 늘 해맑은 장탄식 등 등장인물 모두가 확실한 개성으로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 그리고 이런 개성들의 다양한 조합 속에서 이들의 수사 과정이 더욱 코믹하게 부풀어진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의 조합을 적절한 과장과 함께 버무려낸 이런 부류의 재미는 정말 오랜만이라 반갑다. 물론 이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이를 연기한 김동욱, 박지환, 서현우, 박세완, 이승우의 밸런스 좋은 연기가 뒤따랐기에 전제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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