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 정부의 의료정책을 규탄하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2024.8.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경기도 의정부에서 아동병원을 운영하는 최용재(튼튼어린이병원장)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데, 이번 연휴 기간엔 만 60세인 나조차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일 근무할 정도로 환자가 물밀듯 들어왔다"며 "폐렴·고열 환자가 1~3차 의료기관 중 문 여는 곳을 찾아 헤매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위·중증의 소아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아동병원에 떠밀듯 돌려보내는 경우까지 더해지면서 입원실은 진작에 꽉 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급감하고, 남은 전공의마저 이탈·사직하면서 소아 중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아동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최 회장은 "입원실에서 소아 중환자 1명을 진료하기 위해 의사·간호사가 대거 투입된다"며 "중환자 1명 볼 때마다 경증환자 10명을 돌려보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풍선효과는 전공의가 대거 떠난 지난 7개월 동안 심해지고 있다. 환자 인원은 줄지 않았지만 상급종합병원에 다녀야 할 정도의 중증환자도 2차 병원으로 몰려와 2차 병원도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2차 병원에 오는 환자의 중증도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지방 응급실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9일 지역 응급의료기관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학원)에 따르면 올해 매달 환자가 약 1000명씩 응급실에 내원했다. 이는 전년보다 34%나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중증환자가 5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의학원 측은 "의학원이 위치한 기장군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중증 환자까지 의학원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의정 갈등 장기화로 (구급대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인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중증도가 상승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의학원을 찾는 암 환자도 늘었는데, 신환 입원 암 환자는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환자를 거꾸로 전원받아 치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늘며 의료진의 긴장도와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증 외상, 심장 수술 등은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없어 모든 중증 환자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