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풀고, 조이고…냉온탕식 대출 개선" 자금스케줄 세분화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09.1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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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단위 가계대출 관리, 왜
오락가락 영업에 실수요자만 안절부절
일부은행, 연간 대출목표액 400% 초과
금융당국 '페널티' 경고, 대출문턱 높여

5대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그래픽=김다나5대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그래픽=김다나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월 단위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한 이유는 은행권의 냉온탕식 영업이 결과적으로 실수요자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8월 연간 대출 목표액을 400% 가까이 초과한 일부 은행은 이달부터 전세대출과 일부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대폭 강화해 실수요자의 원성을 샀다. 은행 입장에선 똑같은 실적이라도 연초에 대출을 더 많이 할수록 연간 벌어들이는 이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7조4332억원으로 8월말 대비 2조69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전월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볼 수 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6월 5조원을 넘었고 7월에는 7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8월에는 10조원 가까이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달 가계대출이 극적으로 줄어든 결정적인 이유는 금융당국의 '경고'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해 "더 세게 개입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에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금융당국은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지난 8월 21일 기준으로 이미 연간 목표액의 1.5배를 초과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은행별로도 공개했는데 우리은행은 계획 대비 실적이 376%에 달했고 다른 은행도 131~155%로 목표액을 훌쩍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연간 목표액을 과도하게 초과해 대출한 은행에 사실상 '페널티'를 주겠다고도 했다. 내년 대출 목표액을 세울 때 올해 대비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추겠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인 9월부터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는 '냉온탕식' 영업을 시작했다. 9월 이후 남은 넉 달 동안 연간 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달부터는 실수요자 대출마저 일부 제한되는 상황이 전개됐다. 일부 은행은 유주택자의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했다. 대출 목표치를 훌쩍 넘긴 은행일수록 대출 문턱이 확 올라가면서 실수요자의 원성도 높아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별로 사정을 잘 알고 차주에 대해 대출 여부나 한도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특정 시점에 대출 영업 드라이브를 걸어서 쏠림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실수요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월 단위로 세분화해 연간 대출 증가 목표를 정교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냉온탕식' 대출 영업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연초나 상반기에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해 월 단위로 가계대출 증감액을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은행들도 내년 대출 목표액을 설정할 때 월 단위로 세분화해 자금 스케줄을 짜야 한다. 금융당국은 다만 지난 2021년에 시행한 총량 대출 관리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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