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추석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서울 종로소방서를 찾아 김명호 종로소방서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2024.9.16/사진=뉴스1
한 대표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여러 의료계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의료계의 입장을 듣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오늘도 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그러니 대화해야 한다. 대화 말고 다른 해결책은 없다"며 "정부와 야당도 더 적극적으로 더 유연한 입장으로 나서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여당도 더 노력하겠다"고 호소했다.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대표. 2024.09.12./사진=뉴시스 /사진=조성우
여당 대표 취임 후 중재자로서 의정갈등 해소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누가 옳으냐를 따질 때가 아니고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다 같이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의료붕괴 여부에 대해 "많은 국민께서 불안감을 느끼고 계시고 (국민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미 상황은 벌어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한 대표는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이 폴 매카트니에게 '너는 왜 절벽 앞에 와서 뛰어내리지 않냐'고 물었던 일화를 소개하고는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고 또 국민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그것을 위해서 절벽에 뛰어내려야 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 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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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의료대란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료계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의료계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8개 의료계 단체는 지난 13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시점에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며 2025년도 증원 문제 재논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한 사과·유감 표명, 전공의 수사 중단 등이 협의체 구성의 우선 조건임을 강조했다.
의료계는 여기서 입장 변화가 없는 데다, 논의를 주도하는 의협과 전공의, 의대생 사이의 의견이 조금씩 갈리는 등 내홍마저 겪고 있어 협의체 동참 설득이 쉽지 않은 상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SNS에 "한동훈 대표가 지속적으로 만남을 거절했다.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명절인 17일 강원 화천군 육군 15사단을 방문해 의무대대인 '승리의원'을 찾아 군인 가족 및 지역 주민들과 인사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9.17.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대화가 필요하단 입장이지만 정부여당의 실책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책임자들의 경질이 아니면 대화공간이 열리겠나 판단하고 있다"며 "그런 사안을 1차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대화를 제안했고 국정 일체를 책임지는 여당 내부에서 해결해야 될 과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여야의정 협의체 타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데, 일단 의료계를 설득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을 유지하는 기조 위에서 대화하겠다는 것이고 의료계는 백지화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야당은 의료대란의 반사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화 시도는 의미가 있지만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도 의대 증원을 손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그것까지 건드리며 의정대화 승부수를 띄운 것은 자칫 한 대표에게 치명적인 리더십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