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아우토반은 1920년 바이마르 공화국부터 시작했다. 길이는 전체 1만3000km에 이르며, 70% 정도가 속도 무제한으로 운영된다.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본격 추진된 아우토반은 세계 첫 고속도로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다룸슈타트까지 최초 구간은 1935년 개통했다고 한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고객에게 선택받고자 빠르고 안전한 차량 제조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코너링 등 기술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내구성도 훌륭한 제품들을 끊임없이 시장에 선보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싹텄고, 오늘날의 세계적인 브랜드에 독일 자동차가 상위를 차지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텔슈탄트라 불리는 풀뿌리 중소기업도 동반성장 한 것은 물론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내연기관 성공에 취해 전기차로의 흐름이라는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점, 배터리와 IT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경쟁기업들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점 등 복합적이지만, 전문가들은 유럽의 급진적 환경 규제와 관료주의 또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최근 여러 규제로 인해 BMW, 폭스바겐의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거나 취소돼 적기에 기술개발이 어려워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한다. EU는 전기차 타이어·브레이크 등에서 발생하는 유해성 미세 입자 배출까지 규제하는 '유로7′을 곧 시행할 예정이다. 과도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은 기존의 마차 산업을 보호하려다 초창기 자동차 산업 발전을 저해했던 영국의 적기조례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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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한산한 토요일 아침 빠른 속도로 아우토반을 질주하면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창의성,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을 한껏 자극한다. 아우토반에서 무한 기술혁신으로 경쟁하던 독일 완성차 업체들과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향후 10년 뒤에도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현재와 같은 지위를 고수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김윤태 한국외대 교양학부 교수(코트라 전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