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체스터의 세대 간 돌봄 마을 '비롱'의 주민들. 치매환자를 지원하는 주택단지인 비롱에는 1층에 탁아소가 있다. 아이와 노인이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간 교류에 '넛지 효과'(nudge effect)를 줬다. /사진=비롱 빌리지 홈페이지
도시 생활에 치인 4050은 한적한 시골을 꿈꾸지만, 은퇴 당사자인 6070의 답변은 사뭇 다르다.
73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는 과거의 은퇴 세대와 달리 도심을 선호한다. 낯선 교외 지역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소속감 결핍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고령화 속도가 느리지만 2년 내 65세 이상 인구가 거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구의 노인들도 "종종 사라지기 위해 가는 곳일 뿐"인 요양원 대신 일상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주거 모델을 찾고 있다. '세대 간 돌봄 마을'(intergenerational care village)이 대표적이다.
건국대 맞은 편 스타시티내 최고급 시니어타운 '더 클래식 500' 전경. 그러나 아무리 비싼 시니어타운이어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들을 수 없다. 세대 간 돌봄 단지는 이 점에 착안해 아이, 성인, 고령의 성인이 공존하는 작은 '마을'을 모색한다. /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세대 간 주택 개발은 노년 공중 보건 솔루션으로 등장했다. 노년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외로움을 도시 개발과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다. 그 중 탁아시설과 통합된 요양원, 대학 캠퍼스의 은퇴자 주택 등이 검증을 거쳐 주거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이런 혼합형 공유 부지 설계는 기존 시니어 타운이나 돌봄 단지보다 사회화, 커뮤니티 구축 및 지식 공유에 더 공을 들인다.
영국 체스터의 세대 간 돌봄 마을 '비롱 빌리지'의 식당에 모인 주민들. 치매환자를 지원하는 주택단지이지만 1층에 탁아소 시설을 넣고 아이들과 치매노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조성했다. 비스트로 공간에도 어린이 구역을 둬 '노키즈존'과는 거리가 멀다. /사진=비롱 빌리지 사이트
2020년 애리조나주립대학에 오픈한 미라벨라 단지와 보스턴 외곽의 라셀대학 내 라셀 빌리지는 거주자에게 학생증을 제공해 수업을 듣거나 도서관을 이용하고 학내행사에 참여하게 한다.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의 퍼듀대학도 학생들과 밀접하게 뒤섞인 시니어 주택을 개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캠퍼스와 물리적으로 더 가깝고 연결된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세대 간 커뮤니티가 뿌리내릴 가능성이 높다.
피츠버그 채텀대학은 학생과 노인이 같은 단지에 살게끔 설계했다. 대학원생은 시세 이하의 임대료를 내는 대신 요양원 거주자에게 주당 4시간을 내어준다. 학생은 주거비를 줄이고 노인은 청년과 교류할 수 있어서 윈윈이다. 영국 캠프리지대학의 링크에이지(LinkAges)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은퇴 단지의 임대료를 깎아주는 대신 단지 주민들에 소셜미디어 사용법 등을 가르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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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월 21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22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폐지된 분양형 실버타운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새로운 주거 단지를 개발하건 기존 집을 활용하건 세대를 섞는 공존 모델은 노인 건강과 육아, 청년 주거, 세대 간 격차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하드웨어에만 주력하는 '분양형' 실버주택은 한계가 명확하다. "우리는 다시 연결돼야 한다."(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복무단장 겸 의무총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