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가족 품으로"…나는 '실종 경찰' 입니다

머니투데이 오석진 기자 2024.09.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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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실종리포트(하)-다섯 가족 이야기]④서울청 함명호 팀장·전세희 경사, 강서서 고병철 경위, 구로서 김성열 경사, 방배서 정우재 경장
"실종 어르신 보호자께 인계할 때 울컥…청소년들 제대로 사는 모습 볼 때 보람"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은 지난 4개월간 전국 각지에서 실종 가족들을 만났다. '2024 실종리포트-다섯가족 이야기'는 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실종 가족들에 대한 기록이자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찾으려는 우리의 이야기다.

서울경찰청 폭력계 소속 함명호 팀장(오른쪽)과 전세희 경사(왼쪽). / 사진=최지은 기자서울경찰청 폭력계 소속 함명호 팀장(오른쪽)과 전세희 경사(왼쪽). / 사진=최지은 기자


"실종 가족분들께서 감격스러워하시는 것을 보면 저희도 보람을 느껴요. 다음 사건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죠. " - 서울경찰청 폭력계 함명호 팀장(경감)

"이전에는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들만 상대해서 그런지 살짝 지쳤던 것 같아요. (실종 업무를 맡고) 일반 분들도 이렇게 도와드릴 수 있구나, 기뻤습니다.(웃음)" - 서울경찰청 폭력계 전세희 경사



"저도 할머니 손에서 컸거든요. 실종 어르신들을 보호자께 인계할 때 가끔 울컥하기도 해요." - 강서경찰서 실종팀 고병철 경위

"청소년들이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사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 구로경찰서 실종팀 김성열 경사



"쉬운 업무는 아니지만 실종팀에 온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 서울 방배경찰서 실종팀 정우재 경장

서울경찰청 및 일선서에서 활약하는 '실종경찰'들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열악한 수사 환경에서도 △7번 실종된 치매 어르신을 찾아내고 △어릴 적 생이별한 남매를 61년 만에 만나게 하고 △2년 전 실종된 동생의 생사를 알리는 등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빛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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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안 나는' 업무…사람 없고 일 몰리지만
강서경찰서 실종팀 소속 고병철 경위. / 사진=최지은 기자강서경찰서 실종팀 소속 고병철 경위. / 사진=최지은 기자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실종 신고 접수 건수는 12만3592건이다. 전국 실종수사팀 경찰은 780명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실종수사관이 1명이 휴일 없이 이틀에 한 사건을 다뤄야 한다.

정우재 경장은 사실상 '1인 실종팀'이다. CCTV(폐쇄회로TV) 탐문부터 필요 시 압수영장 신청까지 혼자 한다. 가출 청소년들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CCTV만 본 적도 있다. 치매 어르신을 위한 '포르신'이라는 형광 배지도 자체 제작했다.



동시에 여러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식은땀이 난다. 정 경장은 "현실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자살·강력범죄 위험이 있는 대상자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우리 가족을 먼저 안 찾아주냐'고 화 내시는 분들도 계신다"며 "마음 한켠으로 죄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방배경찰서 실종팀 소속 정우재 경정. / 사진 제공=방배경찰서방배경찰서 실종팀 소속 정우재 경정. / 사진 제공=방배경찰서
고병철 경위는 "당직을 하면 실종신고가 15~20건이 접수된다"고 말했다. 총 3명 근무로 1명은 사무실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2명이 팀으로 현장을 나가는데 접수된 사건을 다 다루려면 시간이 없다.



고 경위가 개인 시간 실종자 수색에 나서는 이유다. 당직 근무 후엔 오전 9시에 퇴근하고 실종자를 계속 찾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을 꼬박 돌아다니다 2년 실종된 동생 사건을 해결했다.

서울경찰청 실종수사팀 소속 함명호 팀장과 전세희 경사는 1960년대 헤어진 동생을 찾아달라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3년을 썼다. 함명호 팀장은 "접수는 2020년에 됐지만 사건 자체는 1960년대에 있던 일"이라며 "제대로 된 기록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세희 경사는 "서울기록원에 공문을 보내 사라진 아동보호시설의 입소자 기록을 받았다"며 "PDF 파일 용량이 7기가였다. 보는 데만 며칠이 걸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실종 경찰을 움직이는 힘…사명감과 보람

서울경찰청 폭력계 소속 전세희 경사. / 사진=최지은 기자서울경찰청 폭력계 소속 전세희 경사. / 사진=최지은 기자
그러면서도 이들 수사관들은 사명감과 보람으로 즐겁게 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함명호 팀장은 "실종 아동을 보면 아이를 키웠던 생각도 나고 어르신을 보면 부모님 생각도 난다"고 말했다. 이어 "내 가족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한다"며 "나도 부모님의 자식이자 내 아이의 아빠"라고 했다.

김성열 경사는 길을 다니며 노인과 청소년들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직업병이 생겼다. 친구들이 핀잔을 주지만 실종 경찰 일에 힘쓰는 이유는 '보람'이다.

그는 "아무래도 실종자 가족분들이 감사하다고 하실 때 제일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료수 같은 것을 가져오시는데 안 된다고 실랑이를 할 때도 있고 가출 청소년 부모님께서 오셔서 눈물을 흘리시기도 한다"며 "이런 사건들을 해결한 추억들이 힘이 된다"고 했다.



고병철 경위는 "실종 어르신들을 찾으면 할머니 생각이 자주 난다"며 "이 일에 애정이 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 일을 할 때 느꼈던 보람과 또 다른 종류의 기쁨"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재 경장은 당초 다른 수사팀에 있다가 실종팀으로 지원해 왔다. 정 경장은 "전라도에서 실종된 아이를 우리 관내에서 찾았을 때 가족들이 장문의 감사 글을 올려주셨다. 그런 글과 말이 너무 감사하다"며 "그런 인사를 들으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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