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고 흔하고 안전해…리튬 뺀 전기차 배터리 시동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2024.09.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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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리튬 패러독스④

편집자주 전기차 시대를 이끄는 '하얀 석유', 리튬 가격이 추락한다. 리튬 가격이 뛰어야 돈을 버는 배터리 밸류체인 업계의 실적도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과 맞물려 추락한다. 하지만 리튬값이 반등하면 전기차 대중화의 필수조건인 전기차 가격 하락도 지연돼 캐즘 기간만 늘어난다. 이제 리튬 가치가 더 내려가야 역설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산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리튬 패러독스'를 견뎌야 할 배터리 밸류체인 업계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더 싸고 흔하고 안전해…리튬 뺀 전기차 배터리 시동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는 최근 '탈 리튬'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내 리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리튬 대신 나트륨 등을 사용하는 배터리는 개발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

리튬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데 필수적 역할을 한다. 니켈·코발트·망간 등 광물을 섞어 만든 전구체에 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된다.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음극재가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방식으로 전류를 흐르게끔 한 게 리튬이온배터리다. 현재 이차전지의 대부분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리튬의 경우 이차전지의 중요성이 커지며 수요가 폭증했다. 하지만 자원이 미국, 중국,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 한정돼 있어 가격 변동성도 크다. 최근 전기차 캐즘과 맞물려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이 전세계 리튬 제련의 65%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저렴한 인건비, 느슨한 환경 규제 등을 앞세워 배터리 밸류체인의 한 축을 중국이 장악한 것이다. 리튬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숙제일 수 밖에 없다.

'탈 중국' 리튬의 확보가 배터리 업계의 화두가 된 가운데, 아예 '탈 리튬'을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나트륨이온배터리(SIB)가 대표적이다. 리튬 보다 구하기 쉬운 나트륨을 주원료로 쓰는 배터리다.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높고, 저온에서의 성능 저하가 심하지 않다는 이점이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 문제가 불거진 후 더욱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저가 배터리인 LFP(리튬·인산·철) 보다도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는 점은 약점이다.



CATL 등 중국 기업들이 나트륨배터리 기술 확보의 선두에 서 있지만, 국내 기업들 역시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른다. 에코프로비엠은 오창 사업장에 국내 최대 규모의 나트륨배터리 양극재 전용 파일럿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애경케미칼은 나트륨 배터리용 음극재 주소재로 사용되는 고성능 하드카본 개발에 성공했다.

이동욱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 이사는 "리튬이 현재 수요 둔화로 가격이 낮은 추세지만 가격은 언제든 상승할 수 있다"며 "가격이 싸고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한 나트륨으로의 대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NE리서치는 나트륨배터리의 시장 규모가 2035년 19조원 대에 달할 것이라 내다보며 "LFP 배터리 대비 최소 11%, 최대 24% 저렴하게 생산될 전망"이라고 했다.

마그네슘이온배터리와 아연공기배터리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모두 리튬 대비 더 풍부하고 값싼 자원이라는 특징이 있다. 아직 기술개발 초기 단계이고, 성능 저하나 떨어지는 안정성 등의 단점을 극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장 리튬이온배터리 위주의 시장을 뒤집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대안 배터리 기술 검토 역시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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