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여성 '비명', 북한 서기관이 성추행…영구추방 당하자 "미국 자작극"[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2024.09.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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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북한 외무성 전경 /사진=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뉴시스북한 외무성 전경 /사진=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뉴시스


1982년 9월5일 일요일 오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 오남철이 미국에서 한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오씨는 북한대표부 직원들 5명과 함께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 위치한 이스트 체스터 마을의 트윈 레이크 저수지에서 낚시하던 중 한 흑인 여직원을 강제 추행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현장에서 피해 여성은 비명을 질러 도움을 요청한 뒤 도망쳤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 외교관계가 없었다. 당시 미국법에서는 미국과 국교 관계가 없는 나라의 외교관인 경우 체포와 기소가 가능해 오씨의 체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피해자가 오씨 사진 콕 짚어…북측, 유엔 측에 특권면제 여부 논의
뉴욕경찰 자료사진 / 사진=NYPD뉴욕경찰 자료사진 / 사진=NYPD
뉴욕주 경찰 당국은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피해자가 증언한 차량 번호판에 기반해 가해자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직원들임을 확인했다.

피해 여성은 북한 공관에 소속된 26명의 남성 사진 중에서 가해자로 오남철의 사진을 가리켰다. 범행의 목격자들 역시 오씨가 범인이 맞다고 증언했다.



오씨는 1급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당월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영장에 따르면 오씨는 여성의 가슴을 잡고 그를 바닥으로 쓰러트리려 했다.

북한대표부는 미국 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오씨의 경찰 출두를 거부했다. 이와 함께 유엔본부에 특권면제 문의를 논의했다.

범행 사실을 부인하며 미국인 변호사를 내세운 오씨는 북한대표부가 뉴욕 맨해튼에서 공관 겸 숙소로 상주하던 이스트 80번가 40번지의 건물 안에서 3개월간 나오지 않았다. 오씨는 북한대표부가 특권면제 대상이 아니여서 체포는 가능하지만, 경찰이 직접 공관 안에 들어가서 체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범행 인정하는 조건으로 형량 낮추고 미국 강제 추방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유엔 법률사무소는 중재안으로 오씨가 미국 법정에 출두하는 대신에 미국에서 강제 추방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북한과 미국 측이 모두 수락하면서 오씨는 사건이 벌어진 지 약 1년 만인 1983년 7월26일 뉴욕 웨스트체스터 법정에 출두했다.

오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대가로 1급 추행에서 3급 추행으로 형량을 경감받았다. 해당 판결에 북한 측은 오씨가 무죄이며 미국으로부터 10개월간 투쟁해 승리한 영웅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28일 법정에 재출두한 오씨는 당일 자정까지 미국을 떠나 영구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았다. 조건부 방면 판결이 나자 오씨는 이날 밤 10시(한국시간 29일 오전 11시 )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체코 프라하행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떠났다.

오씨는 이 사건이 미국의 자작극이라고 우기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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