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그만" "취했냐"…대선 앞두고 갈라진 실리콘밸리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9.0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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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앞두고 실리콘밸리에서 지지 후보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막말도 난무한다. 실리콘밸리의 전례 없는 공개적 불화가 업계의 오랜 사업 관계와 우정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AFPBBNews=뉴스1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AFPBBNews=뉴스1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을 띠던 실리콘밸리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생겨나고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트럼프 지지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귀에 총알을 맞는 사고 직후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으며 트럼프 캠프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하는 등 주류 실리콘밸리와 다른 자신의 정치색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런 행보는 오랫동안 정치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눈엣가시가 되면서 반발을 촉발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된 이후 민주당 지지 움직임이 활기를 띠면서 논쟁을 격화했다.



불화는 SNS를 통해 공개적 언쟁으로 번졌다. 예컨대 도어대시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 억만장자 비노드 코슬라는 지난달 머스크와 트럼프의 X 인터뷰에서 나온 기후변화 언급을 지적하면서 "사실 너무 멍청해서 멍청하다고 말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유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머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환경 문제를 일축했고, 머스크는 기후변화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말하는 것만큼 높지 않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일부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슬라는 또 지난달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장관직을 대가로 트럼프를 지지한 것을 두고 "연방 범죄"라고 비난했다. 이에 머스크는 "제발 트럼프에 대한 발작 좀 그만하라"고 대응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를 지지한 것을 비판하자 일론 머스크가 코슬라에게 "발작을 그만하라"고 직격했다. /사진=X실리콘밸리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를 지지한 것을 비판하자 일론 머스크가 코슬라에게 "발작을 그만하라"고 직격했다. /사진=X
이 밖에 실리콘밸리 투자자 데이비드 삭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케네디 주니어가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꿈의 팀"이라고 쓰자, 클라우드업체 박스의 아론 레비 CEO는 "나이퀼(약효가 센 감기약) 먹고 취했을 때 꾼 꿈이겠죠"라고 조롱하며 갈등을 드러냈다.

지지 후보를 둘러싸고 관계의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기후 기술 투자자인 조시 펠서는 최근 링크트인 게시물을 통해 자신이 투자한 인터컴의 오웬 매케이브 창업자가 과거엔 트럼프에 반대했다가 최근 지지로 돌아섰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불편한 속내를 표했다. 그는 "더 많은 동료나 친구들이 트럼프에 줄 서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며 "우리의 관계는 영원히 바뀔 것이며 역사가 그들을 다정하게 바라보지 않을 것 같다"고 적었다.



또 민주당 지지자에서 트럼프 지지자로 변신한 벤처캐피탈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창업자 벤 호조위츠는, 최근 마이클 모리츠 전 세쿼이아 캐피털 회장이 지역 매체에 자신이 정치적 성향을 바꾸게 된 배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의뢰했다면서 "그가 가짜정보 신문을 통해 사업 라이벌인 나에 대한 기사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두 사람은 과거 같은 회사에 투자한 적도 있다.

민주당 측 선거운동을 하는 홍보 전문가 샘 싱어는 "현재 실리콘밸리는 서로 반대되는 두 진영이 함께 사업을 하는 아주 긴장된 상태"라면서 "이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업계에선 소모적인 공개적 논쟁을 끝내잔 목소리도 나온다. 비디오게임 회사 징가의 마크 핀커스 공동 창업자는 "우리는 우리 편이 올바르다고 너무 깊이 믿는 나머지 상대를 도덕적으로 평가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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