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암투병' 아들, 우울감에 극단적 생각…엄마는 "알아서 해"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2024.08.27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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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에 이어 척수암 투병까지 한 남성이 모친의 냉대에 받은 상처를 고백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학교 폭력에 이어 척수암 투병까지 한 남성이 모친의 냉대에 받은 상처를 고백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학교 폭력에 이어 척수암 투병까지 한 남성이 모친의 냉대에 받은 상처를 고백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는 모친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아들의 사연이 공개됐다.

모자 갈등은 오래전부터 쌓여왔다고 한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학원을 많이 다녔다. 밤 12시~새벽 1시쯤 집에 왔는데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게임을 하면 엄마가 욕을 했다"며 "말이 안 통한다. 그러다 컴퓨터까지 치워버려 도저히 못 참고 욕을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아들은 모친과 갈등이 심해지면 부친이 틈틈이 중재해줬다고 했다. 다만 중학교 3학년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한 뒤 부친과도 갈등을 빚게 되면서 극심한 우울증을 앓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 6개월 가까이 패드립(부모를 욕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아 놀리는 말)과 음담패설을 들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다 아빠한테 욕을 하게 됐다. 그랬더니 아빠가 '너 보기 싫고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제가 철이 없던 건 맞다. 그래도 아빠를 되게 좋아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려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그냥 죽어버리라더라. 애들끼리 그럴 수 있단 식이었다. 내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아들은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친구들이 있어서 버틴 것 같긴 한데, 가족보다 친구들이 더 가족 같다고 느꼈다"며 "주변에 도와줄 어른이 없었다는 게 가장 절망적이었다"고 말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옛날로 돌아간다면 엄마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제가 개판이었던 것도 맞긴 한데 조금이라도 내 말 들어주고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고 그랬으면 욕도 안 하고 잘못에 대해 죄책감도 느끼고 지금처럼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부친은 "그때 아들이 게임을 많이 하고 엄마 생각으로는 너무 아빠한테 의존을 많이 하니 (집에서) 나가 있으라고 했다. 아들이 앞길을 개척해야 하니 연락 자체를 받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모친은 "학교폭력이 심한지 몰랐다"며 "그렇게 자세하겐 모르고 그냥 싸우고 그렇다고 생각했다. 괴로운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아들에게 '죽으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 알아서 하라고 했다. 살기 싫다고 하니까"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엄마는 마음을 이해하는 데 미숙하고 어려움이 있다. 마치 영어를 한국말로 번역해 주듯 마음을 번역해 주지 않으면 잘 못 알아듣는다"고 진단했다.

오 박사는 "어머니의 사랑을 의심하진 않는다. 그런데 아이가 표현하는 걸 못 알아차리고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해 아들은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다는 걸 이해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등판이 되는 아이템이 게임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소통이다. 소통이 안 되니 답답하고 화가 나고 상대가 미워지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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