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증권신고서 재차 정정요구한 금감원, 압박 거세진다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방윤영 기자 2024.08.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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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경/사진=뉴스1금융감독원 전경/사진=뉴스1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를 재편 중인 두산그룹에 증권신고서 2차 정정요구를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반하는 사례로 보고 연일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26일 두산로보틱스 (66,300원 ▼500 -0.75%)의 합병, 주식의 포괄적교환·이전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두산의 조직 재편에 대해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고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로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5일 오전 방송에 출연해 "기업 구조개편은 기업 전체 경영진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져 최대한 존중해야 하고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합병의 실질적 목적이 무엇인지, 재무적 위험이 충분히 분석됐는지 지금 제출된 증권신고서로는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증권신고서 보완요청 배경을 밝혔다.

앞선 이달 8일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두산 증권신고서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정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산이 위법행위가 없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권한을 남용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제기했으나 이 원장은 스탠스를 유지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100% 완전자회사로 흡수합병하는 구조개편을 추진 중이다. 두산그룹은 사업 시너지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주주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두산밥캣 주주는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주를 받게 된다. 우량주로 평가되는 두산밥캣 주식 1주를, 아직 적자를 이어가는 성장주인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0.6주로 바꿔야 하는 만큼 합병비율이 적당한지 이슈가 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상장사 합병비율 산정 제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전날 방송에서 과거 기업들에 평가가치 산정 방식의 자율성을 주니 가치가 시가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현행 시가 기준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고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지금은 시가(기준) 합병을 할 경우 모든 것에 면죄부를 주는 문제가 있다"며 "그룹사 합병 과정에서도 시가(기준) 합병보다는 공정가치를 평가하도록 하고 불만이 있는 분은 사법적 구제를 요청하는 식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제도적 문제 의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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