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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26일(현지시간) 근로자들의 '연결 해제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발효됐다. 긴급 상황이나 근무 시간이 불규칙한 업무를 고려해 고용주가 직원에 연락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진 않았으나 직원은 업무시간 외 회사의 전화, 메시지, 이메일 같은 연락을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 회사는 퇴근 후 연락을 받지 않은 이유를 추궁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을 처벌할 수 없다.
연결 해제 권리를 두고 분쟁이 생겼을 경우엔 노사 분쟁을 심판하는 공정근무위원회(FWC)가 직원의 담당 업무와 연락 방식, 연락 사유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만약 회사의 연락이 부당하다면 연락 중단을 명령할 수 있고, 직원의 거부가 부당하다면 직원에 사유를 답변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FWC 명령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회사엔 최대 9만4000호주달러(약 8450만원)의 벌금이, 직원엔 최대 1만9000호주달러(약 171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법은 근로자 15명 이상인 기업에 즉시 적용되며, 소기업엔 1년의 적응 기간을 두고 적용될 예정이다.
법률 지지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일과 가정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한층 적극적으로 사생활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스윈번공과대학의 존 홉킨스 부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없던 시절엔 직원들은 퇴근하면 다음 출근 때까지 연락이 안 되는 게 당연했다"며 "그러나 이젠 퇴근이고 휴일이고 전 세계적으로 문자, 이메일, 전화를 통한 연락이 일상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주들은 반발한다. 호주산업그룹은 이 법률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모호함이 업계에 혼란을 줄 것이라며, 일자리 유연성을 줄이고 경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상공회의소의 앤드루 맥켈러 CEO도 "애초에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산업계와 상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근무 시간 외 연락을 금지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런 유사한 법을 채택한 나라는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등 전 세계 20여개국에 달한다. 대부분은 유럽과 중남미 국가다. 2017년 세계 최초로 연결 해제 권리를 법으로 보장한 프랑스에선 2018년엔 해충방제회사 렌토킬이 직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늘 켜놓으라고 지시했다가 6만유로(약 89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