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도 인사→자필 사과문' 거듭 고개 숙인 슈가의 남은 과제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8.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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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뉴스 DB/사진=스타뉴스 DB


방탄소년단 슈가가 이번에는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논란이 됐던 부분을 정확하게 짚었으며 방탄소년단 멤버를 향한 사과도 잊지 않았다. 다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슈가는 계속해서 사과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사과만으로는 격렬하게 분열되는 팬덤을 잠재울 수 없다.

슈가는 25일 "부끄러운 마음으로 사과의 말씀을 다시 드리고자 한다"며 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번 사과문에서 슈가는 앞서 썼던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동 스쿠터를 타다 사고가 났다고 명시했다. 또한 "성급하게 올린 첫 번째 사과문으로 인해 많은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이번 일로 인해 멤버들, 팬분들과 같이 만든 소중한 추억에 커다란 흠을 내고 방탄소년단의 이름에 누를 끼쳤다"며 "언제나 저를 믿어준 멤버들이 저로 인해 힘든 시간을 겪게 되어 미안하다. 부족한 저에게 늘 과분한 사랑을 주셨던 팬분들께 죄송하다"라며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팬들에게도 다시 한번 사과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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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몰다 넘어진 채 경찰에 적발된 슈가는 사고 17일 만인 23일 경찰에 출석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을 크게 웃돈 것으로 알려진 슈가는 "크게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고 사과했고 3시간가량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방탄소년단 최초로 포토 라인에 서서 고개를 숙인 슈가는 이후 자필 사과문 까지 게재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슈가가 포토 라인에 서기까지의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슈가와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전동 스쿠터가 아닌 전동 킥보드라는 표현을 쓰는 등 사고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속사는 부인했지만, 사건을 대응하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셈이다.

이는 나아가 방탄소년단 팬덤의 분열로도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 음악이 주는 메시지와 더불어 방탄소년단 멤버가 주는 선한 영향력이 시너지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가의 음주운전은 개인에게 치명적인 것을 넘어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이에 일부 팬덤에서는 "제로 슈가"를 외치며 슈가의 탈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탈퇴 촉구파'는 하이브 사옥에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반대로 슈가의 탈퇴를 막는 '탈퇴 반대파'도 있었다. '탈퇴 반대파'는 슈가에게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을 저질렀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맞지만, 이게 그룹 탈퇴로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해외 팬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본진'은 분명 한국이지만, 글로벌 영향력과 팬덤의 규모도 작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슈가가 경찰 조사를 마치고난 이후로 가수 싸이,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 등 업계 종사자들이 슈가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며 균열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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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 조사를 마친 슈가는 탈퇴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사라졌다. 이번 사과문에서도 멤버들에게 사과를 전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탈퇴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고 법적인 처분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애매모호한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진을 제외하면 현재 멤버들이 군복무 중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사를 조율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슈가가 내릴 결단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기서의 결단은 그룹 탈퇴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탈퇴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 역시 큰 결단이다. 슈가는 두 번째 사과문에서 "향후 내려질 처분은 물론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판과 질책'은 단순히 음주 운전이라는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극렬하게 분열된 팬덤 사이에서 슈가가 내릴 선택에 대한 후폭풍마저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방탄소년단과 앞으로도 함께 하기로 한다면, 그룹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슈가가 많은 비난을 받은 건 음주운전이라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말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치유해줄 걸로 믿고 무조건 버티기로 나간다면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탈퇴'란 반대의 선택도 엄청난 후유증을 몰고 올 것이 뻔하다.



어쩌면 진정성 있는 사과 후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 현재 슈가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안일한 방법이 통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사건 초반 뚝딱거려 일을 키웠던 슈가와 하이브의 깊은 고민과 현명한 결단, 성숙된 일처리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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