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LG선대회장의 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사진=머니투데이DB
26일 외교부와 국세청, 병무청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4월 국세청이 외교부에 의뢰해 윤 대표의 과테말라 여권과 신분증이 위조 됐는지 확인을 요청해 가짜라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수사당국에 통보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해당기관만이 획득할 수 있는 범죄정보라면 수사기관과 공유해 범죄의 성립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된다는 점에서 제도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부는 국세청의 협조요청에 따라 우리 업무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것이다"며 "우리가 과테말라 여권이나 신분증을 위조한 사실을 수사당국에 수사의뢰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3(비밀유지)에 따라 세무조사 과정에서 취득한 과세정보는 수사기관을 포함한 다른 정부부처에는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병역면탈 의혹 등은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04년 7월 28일에 법무부 관보 제15755호에 게재된 국적상실자 명단 중에 윤관 대표의 이름이 호주인 윤태수씨와 함께 올라있다. 여기에는 과테말라 외국국적취득으로 인한 귀화로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자료=법무부 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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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는 법무부도 당사국에 신분증의 진위여부를 별도로 묻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각국이 국적상실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위조된 여권과 신분증으로 국적상실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그 진위를 알기 어렵다. 이번처럼 외교당국이 직접 해당국 이민청에 신분증의 위조여부를 질의해야 알 수 있다.
국적상실자에 등재되면 자동적으로 병역의무에서 제외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관보에 고시한 국적상실자 명부를 확인한 후 병적을 제적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피하려는 당사자의 신분을 해당국에 조회하는 절차가 없다는 얘기다. 국적취득사실을 속이면 병역면제가 어렵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윤 대표가 2004년 과테말라 위조여권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뒤인 2012년에는 국내 부유층 자녀들의 외국인학교 입학을 위해 그 부모 47명이 브로커를 통해 대거 과테말라 여권 등을 위조했다가 적발돼 처벌되기도 했다.
각 부처에서의 허점 하나하나가 여권 위조와 병역 면탈의 빌미가 된 만큼 관계당국의 체계적인 국적 및 여권, 병역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한편, 이같은 의혹의 사실여부를 묻기 위해 윤 대표의 국내외 휴대전화에 연락을 취하고, 회사 공식 계정 이메일에 질의서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또 윤 대표의 국내법인인 BRV코리아어드바이저(BRV의 한국사무소) 사무실에 여러차례 전화와 질의서를 팩스로 보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