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류 앤더슨. /사진=SSG 랜더스 제공
앤더슨은 26일 인천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3피안타 4볼넷 12탈삼진 3실점으로 SSG의 4-3 승리를 이끌고 9승(1패)을 챙겼다.
두 바퀴째에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선보였다. 변화구 제구가 흔들리긴 했으나, 이미 빠른 직구가 머리에 각인된 KT 타자들은 눈높이에서 뚝 떨어지는 커브에 어김없이 방망이를 헛돌렸다. 3회부터 5회까지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냈는데 이 중 헛스윙 삼진이 7차례였고 커브로 인한 것이 6차례, 슬라이더로 끌어낸 헛스윙이 한 차례 있었다.
앤더슨의 환상적인 탈삼진 쇼는 연패에 빠진 SSG에 힘을 실어줬다. 뒤이어 노경은(1⅔이닝)-서진용(⅔이닝)-조병현(1⅓이닝)이 추가 실점 없이 7개의 삼진만 더하면서 이날 SSG 마운드는 무려 19삼진을 합작했다. 이는 KBO 리그 9이닝 경기 기준 역대 팀 최다 탈삼진 신기록으로 앤더슨의 지분이 압도적이었다. 이날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한 앤더슨은 4회 배정대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KBO 역대 37번째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에 성공했다.
SSG 드류 앤더슨. /사진=김진경 대기자
드류 앤더슨. /사진=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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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도 계속해서 위력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끝에 앤더슨은 25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18경기 9승 1패 평균자책점 3.06, 88⅔이닝 130탈삼진으로 탈삼진 부문 톱10 진입을 눈앞에 뒀다. 해당 부문 리그 10위인 곽빈(두산 베어스)와 단 3개 차이에 불과하다.
앤더슨은 다른 투수들보다 한 달 늦게 시즌을 시작했다는 것에서 더욱 놀랍다. 앤더슨은 지난 4월 27일 로버트 더거(29)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KBO리그에 발을 디뎠다. 5월 10일이 돼서야 첫 등판을 가져 현재도 규정이닝(121이닝)에는 한참 모자라다.
하지만 탈삼진 페이스가 가히 역대급이다. 올해 앤더슨의 9이닝당 탈삼진은 13.25개인데 이는 2위 해리슨 반즈(롯데)의 10.6개와도 확연한 차이다. 43년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서도 앤더슨만한 K-머신은 없었다. 심지어 역대 최고의 시즌 중 하나로 불리는 2006년 오승환(삼성)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도 넘어섰다. 2006년 오승환은 마무리로 활약하며 63경기 79⅓이닝에 109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앤더슨은 선발 투수임에도 그 수치를 뛰어넘은 것. 실제로 매 시즌 규정이닝 50%를 이상 소화한 투수 중 9이닝당 탈삼진 수는 올해 앤더슨이 1위, 2006년 오승환이 2위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앤더슨은 마운드 위에서 종종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좋지 않을 때 제구의 편차도 있어 9이닝당 볼넷이 3.87개에 달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만한 1선발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빠른 구속과 강력한 구위를 가진 선발 투수는 포스트시즌으로 향하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시작부터 선발 투수로 준비해 아쉬웠던 체력 문제도 보완이 가능하다. 앤더슨을 영입하면서 일찌감치 내년 시즌 재계약도 염두에 두고 있던 SSG는 과연 시즌 후 어떤 선택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