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고 쌓아둔 인건비 '국고 회수'…"이공계 최저 생활비로 쓴다"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8.2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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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대학원생] ②내년 시행 '한국형 스타이펜드'… 학생 인건비 적립액 활용할 듯
연구책임자별 학생 인건비 잔액 10~20% 기관 계정으로 이관해 '공용 재원화'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6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61회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6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61회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내년 이공계 대학원생 연구자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재정지원사업, 일명 '한국형 스타이펜드'(가칭 '이공계생 연구생활장려금')를 추진하는 가운데 누적된 학생 인건비 이월액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구자별 학생 인건비 잔액의 일정부분을 대학으로 이관해 공용재원으로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현행 학생 인건비 관리제도를 연구생활장려금제도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이공계 대학원생의 경제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내년 연구생활장려금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R&D(연구·개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R&D, 민간 R&D 등에 참여 중인 이공계 전일제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월 80만원(석사) 110만원(박사)에 해당하는 '최저생활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2년 국가 R&D에 1개월 이상 참여한 학생은 약 8만명으로 월평균 학생 인건비 수급액은 석사과정 약 100만원대, 박사과정 약 130만원대다. 하지만 이는 평균치로 학생 3명 중 1명은 월 8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연구책임자별 R&D과제로 지급된 학생 인건비를 최대한 활용하되 부족액을 별도의 정부 예산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학생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한 예산이 지출되지 않고 연구책임자 계정에 쌓인 이월액의 일부를 기관 차원에서 배분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 기준 연구책임자 계정에 있는 학생 인건비 잔액의 10~20%를 기관 계정으로 이관해 학생 인건비 지급을 위한 공용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관으로 투입된 학생 인건비 잔액은 말 그대로 '공용'이 되기 때문에 연구책임자 입장에서는 기관 계정으로 이관하기 전 본인 연구실 소속 학생을 위해 인건비를 최대한 소진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를 통해 최저인건비를 보장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인건비 상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용재원을 활용하고도 학생 인건비 지급액이 부족할 경우 대학별 최근 3년 평균 부족분을 반영, 정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연구생활장려금제도에 참여할 대학은 학생 인건비 운용내역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관 계정을 설치해야 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기관 계정을 이미 설치해 운영 중인 학생 인건비 관리기관은 대학 및 4대 과학기술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통틀어 65곳이다.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자연과학대 소속 한 교수는 "연구책임자가 학생 인건비를 적립해두는 건 매년 R&D과제를 수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최대한 학생 연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올해 R&D예산이 일괄삭감돼 특히 기초과학분야에선 과제가 끊긴 연구실이 많아 당장 학생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할 방안을 찾지 못해 속이 타는 교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학생 인건비의 10~20%를 매년 기관 계정에 이관하는 안에 대해선 "연구자가 R&D과제 참여로 수주한 연구비를 일종의 세금처럼 기관에 내라는 것인데 이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지 정책적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공계생의 경제적 안정을 지원한다는 연구생활장려금의 취지에 맞게 정부가 재원을 적극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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