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의료개혁, 미룰 수 없어"…의대 교수는 '동시 휴진' 강공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박정렬 기자 2024.05.0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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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5.09.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5.09. [email protected] /사진=조수정


의정 갈등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과 누적된 피로를 이유로 전국적인 휴진에 돌입한다. 의정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때, 지역·필수 의료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상황을 비춰볼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국민도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의료계가 제기한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공방을 의식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의료계와 이 문제를 벌써 1년 넘도록, 정부 출범 직후부터 다뤄왔다"며 "어느 날 갑자기 2000명 증원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통일된 목소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의료계는 통일된 의견이 나오기 어려운 것 같다"며 "개원의의 권익을 대표하는 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병원협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통일한 입장을 갖추지 못해 걸림돌이 됐고 협의하기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로드맵에 따라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이라며 "다행히 야당에서도 국민이 바라는 의료 개혁에 대해 많은 공감과 지지 의사를 표시해줘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공백' 피해신고 누적 700건 돌파/그래픽=최헌정'의료공백' 피해신고 누적 700건 돌파/그래픽=최헌정
그러나 의대 증원 안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소속 19개 의과대학, 50여개 병원은 10일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해 동시 휴진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공의와 달리 환자 외래 진료, 수술을 책임지는 의대 교수들의 휴진은 환자 피해와 직결된다. 전공의 집단 이탈 후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의 휴진과 사직에 의한 파급력은 더 클 수 있다.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지난 7일 기준 712건에 달한다.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수술 지연'이 448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미 지난달 30일과 지난 3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진행된 산발적인 휴진에서 외래 진료와 수술이 지연되는 등 환자 불편이 속출했다. 휴진 당일 서울대병원 대한 외래의 외과 오후 진료는 모두 '셧다운'됐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병원에 대자보를 걸어 "3000건에 가까운 환자의 검사, 수술, 진료가 변경 및 취소됐다"며 "환자와 동료를 사지로 내모는 꼼수 단체휴진"이라고 반발했다.

서울대병원이 개별 휴진에 돌입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외과가 텅 비어있다./사진=박정렬 기자서울대병원이 개별 휴진에 돌입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외과가 텅 비어있다./사진=박정렬 기자
하지만 정부가 의대 교수 휴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각 병원이 의대 교수 진료에 최소한으로 관여하다 보니 이를 보고받는 보건복지부도 현황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 이후 병원별로 담당자를 지정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사직서 통계를 수치화했던 것처럼 휴진 규모를 집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인력 파견 등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병원이 의대 교수들의 휴진에 "혼란은 없다"고 판단하는 것도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산하 한국췌장암환우회가 지난달 24~28일 30~80대 췌장암 환자와 보호자 18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환자의 60%가량이 정상적인 진료를 보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응답했다. 외래 지연 34명, 항암 1주 지연 11명, 항암 2주 지연 11명, 신규 환자 진료 거부 22명 등이다. 암환자권익협의회는 "남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중증, 응급 환자에 큰 문제 없이 원활하게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발표는 과장된 거짓 내용"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공허한 싸움을 중단하고 환자 치료 대책을 우선 논의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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