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서울상의회장으로 선출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
2021년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의 첫 임기 3년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인류사적 재난기를 겪으면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게다기 뒤늦게 뛰어든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과제를 맡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험도 했다.
신기업가정신(ERT)의 일환으로 진행한 '다함께 나눔프로젝트'로 울산 소방서와 군포 청소년자립지원관, 여수 육아지원시설에서 회복과 자립의 길을 열어주는 다양한 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그 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지만 세상을 놀랍게 바꿨다고 할만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최 회장의 첫 임기 3년은 이런 경험의 축적기로 볼 수 있다. 이제는 그 경험을 토대로 문제의 해결에 나설 때다. 최 회장은 연임이 확정된 이날 "앞으로 3년간 우리 경제·사회의 난제를 푸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이 소임"이라며 "명쾌한 답은 못내더라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최 회장의 앞에 놓인 숙제는 적지 않다. 저출산과 지역 소멸, 기후변화 대응 등은 그가 말한 대로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이며 이 변화를 해결할 그 시간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조급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럴 때 실력이 나타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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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이 SK그룹의 변화를 위해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퀀텀 점프'에 성공했듯 2기 대한상의 회장을 맡으면서 1기와는 다른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전쟁과 기후위기, 미·중 갈등으로 최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한상의까지 위축될 필요는 없다. 기업이 위축된다고 상의까지 비용절감에 나서고 움츠러 들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기업들이 어려울수록 상의는 더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게 맞다.
중국과의 갈등으로 홍콩이 아시아의 허브 지위를 잃어갈 때 이는 우리에게 기회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허브가 되기 위해 상의가 적극 나서야 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지난해부터 한국을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힘을 모아 같이 해봄직한 일이다.
또 올 연말 미국 대선은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이 명문화돼 있는 상의는 미국의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우리 기업에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첫번째 경험은 서툴고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한번의 경험은 최 회장에게는 더 높은 곳을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시대에 상공업인들이 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최 회장이 그 선봉에 서야 한다.
3년 전 최 회장은 "경제계 발전과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심정이리라 믿는다. 14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한상의에서 두번째 임기를 맞는 최 회장의 리더십에 기대가 크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