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2회' 노장 전격 은퇴, 28세에 만개 '늦깎이 성공신화' 마침표... "후배들에게 노하우 전수할 것"

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2024.02.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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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시절의 코리 클루버. /AFPBBNews=뉴스1클리블랜드 시절의 코리 클루버. /AFPBBNews=뉴스1


클리블랜드 구단이 코리 클루버의 은퇴를 기념하는 이미지를 제작했다. /사진=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공식 SNS 클리블랜드 구단이 코리 클루버의 은퇴를 기념하는 이미지를 제작했다. /사진=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공식 SNS
늦은 나이에 만개해 두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우완투수 코리 클루버(38)가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0일(한국시간) "클루버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선수 생활 동안 자신을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클루버는 성명문을 통해 자신이 속했던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과 동료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와 자신의 에이전트,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끝으로 클루버는 "마운드를 떠나지만 야구에 대한 내 열정은 흔들리지 않는다. 다른 방향으로 야구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며 "내 야구 인생과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다음 세대의 일부가 될 사람들을 위해 내가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후반기를 날렸던 클루버는 당초 은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보스턴 글로브의 알렉스 스파이어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를 통해 "클루버는 다음 시즌에도 뛸지 여부에 대해 '일단 지켜보면 알 것이다(we'll see)'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클루버는 결국 13년의 빅리그 선수 생활을 마치게 됐다.



2012년의 코리 클루버. /AFPBBNews=뉴스12012년의 코리 클루버. /AFPBBNews=뉴스1
클루버는 지난 2007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4라운드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3년 동안 몸담았던 그는 2010년 7월 제이크 웨스트브룩, 라이언 루드윅이 엮인 삼각 트레이드(샌디에이고,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를 통해 클리블랜드로 이적했다. 그해 트리플A까지 올라간 클루버는 2011년 처음으로 빅리그에 콜업,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31을 기록하며 본격적 커리어를 시작했다.

20대 중반까지도 클루버는 평범한 선수였다. 2012년에는 12번의 선발 기회를 받았지만 63이닝 동안 2승 5패 평균자책점 5.14에 그쳤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49, 피안타율 0.295 피OPS 0.834로 공략당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시즌에 그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트리플A에서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투심 패스트볼을 가다듬은 것이다. 여기에 커브와 컷 패스트볼(커터)을 가다듬으면서 클루버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클루버는 2013년 26경기(24선발)에 나와 11승 5패 평균자책점 3.85의 성적을 올리며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뛰었다. 그리고 이듬해 28살의 나이에 그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34번의 선발 등판에서 235⅔이닝을 소화한 그는 18승 9패 평균자책점 2.44라는 엄청난 기록을 냈다. 삼진은 269개를 잡아내며 9이닝당 10.3탈삼진을 기록했다. WHIP 2.35는 리그 최저 1위였다. 이런 호성적 속에 그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표 17장을 획득, 펠릭스 에르난데스(당시 시애틀)를 제치고 처음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14년 코리 클루버의 투구 모습. /AFPBBNews=뉴스12014년 코리 클루버의 투구 모습. /AFPBBNews=뉴스1
이후로도 클루버는 활약을 이어갔다. 2015년에는 승운이 따라주지 않으며 9승 16패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3.49로 우수했다. 이어 2016년에는 18승 9패 평균자책점 3.14의 성적을 거두며 사이영상 3위와 함께 생애 첫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특히 포스트시즌 6경기에서 34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83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냈다. 시카고 컵스와 월드시리즈에서는 비록 우승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1, 4, 7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투혼을 펼쳤다.

생애 첫 가을야구를 경험한 클루버는 이듬해 더욱 각성했다. 2017시즌 그는 부상으로 인해 5월을 통째로 날리고도 29경기 203⅔이닝을 소화, 18승 4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은 아메리칸리그 1위였고, 탈삼진은 2위에 오르며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을 아깝게 놓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클루버는 2018년 생애 첫 20승을 기록하면서 2.89의 평균자책점과 0.99의 WHIP를 기록하며 5년 동안 아메리칸리그를 지배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그의 성적은 160경기 1091⅓이닝 83승 45패 1228탈삼진 평균자책점 2.85였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2010년대 초반 암흑기를 걸었던 클리블랜드는 같은 기간 3번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아메리칸리그 우승 1회(2016년)를 기록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에 따르면 5년 동안 그의 fWAR(팬그래프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은 30.3으로, 이는 맥스 슈어저와 클레이튼 커쇼 다음이었다고 한다.

코리 클루버가 2016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코리 클루버가 2016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하지만 에이스로서 클루버의 역할은 2018년이 마지막이었다. 2019년 2승 3패 평균자책점 5.80으로 부진하던 그는 타구에 맞아 오른팔 골절을 당하며 시즌아웃됐다. 이어 그해 말 엠마누엘 클라세, 딜라이노 드쉴즈 주니어와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1경기, 1이닝 등판 후 어깨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고 말았다.

클리블랜드에서만 9년을 뛰었던 클루버는 이후 저니맨이 됐다. 2021년 뉴욕 양키스와 1년 계약을 맺은 그는 어깨 부상으로 단 16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5승 3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준수한 기록을 냈다. 특히 그해 5월 텍사스전에서는 양현종(현 KIA)과 선발 맞대결에서 노히터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탬파베이로 간 클루버는 164이닝을 소화하며 4년 만에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웠고, 10승 10패 평균자책점 4.34로 선발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보스턴에서는 평균자책점 7.04로 최악의 투구를 선보였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끝에 7월 21일을 끝으로 빅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결국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그의 통산 메이저리그 성적은 271경기(260선발) 1641⅔이닝 116승 7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4다.

코리 클루버(왼쪽)가 양키스 시절인 2021년 노히터를 달성한 후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와 포옹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코리 클루버(왼쪽)가 양키스 시절인 2021년 노히터를 달성한 후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와 포옹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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