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법 현명한 시행 바라며

머니투데이 배일현 협성대학교 유통경영학과 교수 2024.02.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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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일현 협성대학교 유통경영학과 교수/사진제공=협성대학교배일현 협성대학교 유통경영학과 교수/사진제공=협성대학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점유율, 매출액, 회원수 등을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플랫폼기업을 지정해 사전규제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들이 규제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최종 지정대상은 지배력 및 영향력 평가를 통해 소수의 플랫폼사업자로 한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플랫폼법 시행으로 기업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예상되는 기업들은 플랫폼법 시행과 방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플랫폼법이 중소기업의 성장에 저해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관련기업과 단체는 플랫폼법 시행이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에 이렇게 중요한 문제는 더욱 심도 있는 의견수렴 절차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세계 경제지도를 바꾸는 주체는 스타트업이다. 그 변화의 중심엔 유니콘들이 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니콘은 2023년 5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215개사다. 이 중 한국 유니콘은 전 세계의 1.23%를 차지하며 기업가치는 345억7000만달러로 전 세계의 0.91%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플랫폼기업 육성에 집중하는 트렌드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규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플랫폼법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사전규제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사전규제의 힘은 너무 막강해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아무리 도움이 되더라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준 선을 넘는 서비스와 기능은 만들 수 없게 된다. 결국 이 법은 플랫폼의 혁신에 찬물을 끼얹고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플랫폼들의 건전한 성장도 막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공정위는 플랫폼의 경쟁이 국내가 아닌 글로벌 영토의 전쟁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 법을 추진해야 한다.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DMA) 도입에 영향을 받아 한국에도 이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어렵게 키워낸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는 않을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공정위는 주요 독과점 플랫폼에만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글로벌 시장규모에서 한국은 매우 작은 시장임을 고려할 때 중국을 비롯한 2위 해외 플랫폼기업들에 안방을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여론을 보면 업계는 물론 투자자, 학계, 입점사업자단체, 심지어 소비자들도 이 법안에 반대한다. 그럼 이 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국의 규제환경은 글로벌 평균보다 높다. 이는 기업의 생존과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1월22일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당사자들의 반응은 규제폐지에 대한 찬반은 제쳐놓고 정책발표 이전에 충분한 협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플랫폼법엔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란다. 의미 있고 소중한 성과는 쉬운 방법을 선택해서는 절대 얻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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