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2', 욕망만 크고 상상력은 빈곤한 '괴물'이 된 속편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12.0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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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된 괴물은 흥미로우나 기시감 드는 세계관이 아쉬워~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한국 크리처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 홈’이 3년 만에 새로운 괴물,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김칸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1편은 2012년 12월 공개되어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톱 10위 안에 오르며 ‘오징어 게임’(2021) 이전에 세계적인 흥행을 이뤘다. 시즌 2와 3을 동시 제작해 올해와 내년에 공개하는 ‘스위트 홈’은 웹툰과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로 세계관 확장을 시도한다.

‘스위트홈 2’는 전편 마지막 10화에서 이어진다. 차현수(송강)는 괴물 정의명(김성철)의 숙주가 된 편상욱(이진욱)에게 납치되었다가 그들과 같은 특수 감염인들이 실험체로 잡혀 있는 밤섬특수재난기지로 향한다. 안전 캠프로 향하는 트럭에 몸을 실었던 이은유(고민시)와 윤지수(박규영)를 비롯한 그린홈 주민들은 우여곡절 끝에 스타디움에 도착한다. 그린홈 주민과 헤어진 서이경(이시영)은 현수와 남편 상원을 찾기 위해 밤섬기지에 잠입한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아파트 바깥으로 나온 그린홈 생존자들의 각개전투가 펼쳐지는 가운데, 시즌 2에선 괴물 전담 부대 까마귀부대원들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그린홈 주민들을 차로 이송하다가 함께 고초를 겪으며 인연을 맺는 이병 박찬영(진영), 냉철함과 비밀스러운 면을 지닌 상사 탁인환(유오성),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부대원들을 돌보며 탁 상사를 경계하는 중사 김영후(김무열)가 까마귀부대주요 인물들이다. 여기에 밤섬기지에서 괴물화를 연구하는 임 박사(오정세), 이경의 딸(김시아)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한다.



아파트 안에서 밖으로 무대를 옮긴 새 시즌답게 1화는 시작부터 화려한 도로 추격전을 연출한다. 한정된 공간이었던 전편과 다르게 넓어지고 탁 트인 공간을 시청자들에게 보란 듯이 확인시킨다. 이후에도 버스 탈출 장면, 스타디움 폭격 장면, 야외 괴물 소탕 장면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버금가는 규모와 볼거리를 안겨준다. 인간성에 관한 주제의식은 더 강화했다. 인간과 괴물의 구분이 모호해진 세상에서 각자의 길을 걷는 주인공들과 새로운 인물들은 괴물보다 끈질긴 내 안의 욕망(괴물)과 싸우고 갈등한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아파트를 탈출한 그린홈 생존자들은 세상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새로운 ‘스위트홈’이 될 줄 알았던 생존자 지하 캠프는 감옥과 다름없다. 생존자들과 군인들이 모인 이곳은 약육강식의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스타디움을 관리하는 지 반장(김신록)과 수호대를 이끄는 탁 상사의 대립,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새로운 지옥도를 펼쳐 보인다. 윤세아와 양혜지가 캠프 거주자로, 현봉식과 채원빈은 외부 생존자로 등장해 다채로운 인간상을 연기한다.


‘스위트홈 2’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살펴보는 원작의 재미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고 저마다의 사연이 모자이크처럼 들어맞아 큰 그림을 일궜다면 더 없이 즐거운 감상이 되었을 것이다. 한데 이번 시리즈는 수많은 캐릭터를 유기적으로 운용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한다. 기존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의 역할 분담과 비중 조율에 실패하면서 주인공은 많아지고, 기존 주인공들은 설자리를 잃는 상황이 발생한다. 모든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역효과를 부르고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안긴다. 에피소드마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산발적으로 엮다보니 극이 산만하게 흐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캐릭터들 중에서 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인간성을 고찰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캐릭터를 손에 꼽기도 어렵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시즌 2의 아쉬움을 그나마 달래는 건 전편보다 진화한 괴물들이다. 특수 감염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착한 괴물과 악한 괴물 등 성격과 욕망에 따라 색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괴물들이 출몰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숨바꼭질 괴물, 링거 괴물, 옷더미를 뒤집어쓴 사치 괴물, 연인을 잃고 방황하는 신부 괴물 등 인간성을 지닌 괴물들과 마주하게 된다. 연근괴물, 눈알괴물 등 시즌 1에 등장했던 괴물들이 다시 모습을 내밀기도 하고, 괴물 대 괴물로 맞서 싸우는 현수와 상욱의 진화된 모습도 위력적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스위트홈 2’가 보여주는 세계관은 그다지 새롭지 못하다. 괴물화의 본거지가 드러나는 후반부로 갈수록 어딘가 익숙한 모양새를 취한다. 크리처가 등장하는 유명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익히 보아온 형식과 비주얼을 답습하고 만다. 한국 크리처물의 도약이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이다. 나날이 진일보하는 한국 VFX 기술력이 날개를 활짝 펼칠 만한 상상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괴물화가 된 인간(아이, 어머니 등)을 폭력적이고 자극적으로 다루는 장면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시즌 3을 위한 포석이라 보기에도 시즌 2의 결함들은 쉽게 가릴 수 없을 듯하다. 어쩌면 드라마 자체가 시리즈의 욕망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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