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한국 크리처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 홈’이 3년 만에 새로운 괴물,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김칸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1편은 2012년 12월 공개되어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톱 10위 안에 오르며 ‘오징어 게임’(2021) 이전에 세계적인 흥행을 이뤘다. 시즌 2와 3을 동시 제작해 올해와 내년에 공개하는 ‘스위트 홈’은 웹툰과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로 세계관 확장을 시도한다.
‘스위트홈 2’는 전편 마지막 10화에서 이어진다. 차현수(송강)는 괴물 정의명(김성철)의 숙주가 된 편상욱(이진욱)에게 납치되었다가 그들과 같은 특수 감염인들이 실험체로 잡혀 있는 밤섬특수재난기지로 향한다. 안전 캠프로 향하는 트럭에 몸을 실었던 이은유(고민시)와 윤지수(박규영)를 비롯한 그린홈 주민들은 우여곡절 끝에 스타디움에 도착한다. 그린홈 주민과 헤어진 서이경(이시영)은 현수와 남편 상원을 찾기 위해 밤섬기지에 잠입한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아파트를 탈출한 그린홈 생존자들은 세상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새로운 ‘스위트홈’이 될 줄 알았던 생존자 지하 캠프는 감옥과 다름없다. 생존자들과 군인들이 모인 이곳은 약육강식의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스타디움을 관리하는 지 반장(김신록)과 수호대를 이끄는 탁 상사의 대립,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새로운 지옥도를 펼쳐 보인다. 윤세아와 양혜지가 캠프 거주자로, 현봉식과 채원빈은 외부 생존자로 등장해 다채로운 인간상을 연기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스위트홈 2’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살펴보는 원작의 재미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고 저마다의 사연이 모자이크처럼 들어맞아 큰 그림을 일궜다면 더 없이 즐거운 감상이 되었을 것이다. 한데 이번 시리즈는 수많은 캐릭터를 유기적으로 운용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한다. 기존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의 역할 분담과 비중 조율에 실패하면서 주인공은 많아지고, 기존 주인공들은 설자리를 잃는 상황이 발생한다. 모든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역효과를 부르고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안긴다. 에피소드마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산발적으로 엮다보니 극이 산만하게 흐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캐릭터들 중에서 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인간성을 고찰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캐릭터를 손에 꼽기도 어렵다.
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토리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스위트홈 2’가 보여주는 세계관은 그다지 새롭지 못하다. 괴물화의 본거지가 드러나는 후반부로 갈수록 어딘가 익숙한 모양새를 취한다. 크리처가 등장하는 유명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익히 보아온 형식과 비주얼을 답습하고 만다. 한국 크리처물의 도약이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이다. 나날이 진일보하는 한국 VFX 기술력이 날개를 활짝 펼칠 만한 상상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괴물화가 된 인간(아이, 어머니 등)을 폭력적이고 자극적으로 다루는 장면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시즌 3을 위한 포석이라 보기에도 시즌 2의 결함들은 쉽게 가릴 수 없을 듯하다. 어쩌면 드라마 자체가 시리즈의 욕망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