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사진=스타뉴스DB
한 때 ‘개콘’은 한국 코미디의 상징이었다. 21년간 명맥을 유지하며 일요일 밤을 책임졌다. 유행어의 산실이었고, ‘개콘’을 보지 않으면 월요일 출근해서 대화에 끼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이 당시 군대에는 ‘개콘 점호’도 있었다. ‘개콘’을 보며 야간 점호를 하고,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밴드의 엔딩 반주에 맞춰 잠을 청했다. 다시 시작될 한 주를 시작하는 더할 나위없는 마무리였다. 그런 ‘개콘’이 떠났었고,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묻고 싶다. 대중은, 다시 ‘개콘’을 볼까?
그쯤 되면, ‘대중이 더 이상 코미디를 원치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을까? 이런 반응도 적잖았다. 버라이어티 예능에 자리를 내주고, 콩트 형식의 공개 스탠딩 코미디는 MBC, SBS에 이어 KBS도 안녕을 고했다. 얼마 전에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tvN ‘코미디 빅리그’마저 문을 닫았다.
'피식대학', 사진=방송영상캡처
‘피식대학’과 ‘숏박스’는 방송사 공채 출신 젊은 개그맨들이 주축이다. 그들의 선택은 하이퍼 리얼리즘이었다. ‘피식대학’은 산악회, 1990년대, 신도시 등을 배경 삼아 다양한 상황극을 보여줬다. 대단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디테일하게 상황을 묘사하며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냈다. ‘숏박스’도 그렇다. 장기 연애 커플, 남매 설정을 비롯해 5∼10분 분량 상황극으로 단박에 구독자를 모았다. 두 채널의 구독자는 200∼300만 명 수준이다. 게다가 그들은 젊은 구독자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MZ세대들이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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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희’는 어떤가? ‘개콘’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던 개그맨 김대희의 사실상 1인 채널이다. 그가 ‘개콘’ 시절 성공시켰던 ‘대화가 필요해’의 완고한 아버지 캐릭터를 가져왔다. 그의 유행어인 "밥 묵자"와 함께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며 물흐르는 듯 토크를 이어간다. ‘개콘’과 유튜브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한 성공 사례다. 즉, "재미있으면 본다"는 것이 새삼 입증됐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개콘’이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다면 돌아오는 ‘개콘’은 어떻게 달라질까? 돌아온 ‘개콘’을 책임지는 KBS 김상미 CP는 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복귀 일성(一聲)으로 "새로운 얼굴이 많다.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고 말했고, ‘개콘’에서 왕비호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윤형빈 역시 "KBS 레귤러 프로그램에 신인을 메인으로 하는 게 쉽지 않은데 과감하게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 구태를 벗겠다는 선언이다. 공채 개그맨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개콘’은 수직 문화가 강한 편이었다. 과거와 같은 물리적 폭행이나 기합은 없다손 치더라도 후배들이 선배들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긴 쉽지 않았다. 당연히 선배들 위주로 코너가 구성될 수밖에 없었고, 제작진 역시 신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 세상을 보니, 신인급 개그맨들의 활약이 더 뛰어나다. 그들의 판단과 선택이 옳았다는 뜻이다. 각 세대에 맞는 개그 코드가 있는데, ‘개콘’이 오랜 기간 관행을 이어오면서 그 트렌드를 놓친 셈이다.
그래서, 대중은 다시 ‘개콘’을 볼까? 돌아온 것은 일단 반갑지만, 그리 핑크빛 전망만 내놓을 순 없다. ‘개콘’은 결국 TV가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TV는 요즘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분류되곤 한다. 결국 돌아온 ‘개콘’의 주시청층 역시 중장년층이 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놓고 봤을 때, 얼굴이 생소한 신인 위주의 젊은 감각 코미디가 중장년 시청층의 웃음 코드와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
결국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코미디가 유튜브에서 다시 번성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듯, ‘개콘’의 부활 여부도 직접 보지 않고 결과를 논할 순 없다. 그래도 일단 ‘개콘’의 복귀는 반길 만하다. 현 대한민국에는 웃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