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자사주 매각' 아세아제지...'손해배상 소송' 급한 불 껐다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3.07.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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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소 닷새 전 중간 배당, 자사주 소각 발표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쥐꼬리' 배당...'담합' 과징금까지
소액주주 연대 손배소 예고했다가 선회..."일시정지"

/사진제공=아세아제지./사진제공=아세아제지.


아세아제지 (8,380원 ▼50 -0.59%)가 중간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발표로 소액주주들과 법적 분쟁 리스크에서 잠시 벗어났다. 소액주주들은 쥐꼬리 배당, 담합에 사측과 민사소송을 벌이기로 했는데, 계획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아세아제지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14일 "당분간 회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세아제지는 지난 12일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25%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당장 올해 주당 500원씩 분기 배당을 하기로 했다.

또 올해와 내년 200억원씩, 총 400억원 상당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매입한 자사주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전부 소각한다고 밝혔다.



1주당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은 액면가 1000원짜리 5주로 분할도 결정했다. 액면 분할을 하면 1주당 가격이 낮아져 투자자들이 주가가 싸졌다고 느끼기 때문에 수요가 늘 수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아세아제지 유승환, 이현탁 대표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했었다. 아세아제지는 골판지 회사인데,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경쟁사들과 두 차례 가격 담합을 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과징금 총액은 약 270억원이고,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도 받아 벌금 2000만원을 따로 물었다.

소액주주들은 아세아제지 경영진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과 썬연료 판례에 비춰볼 때 승소 가능성은 크다고 봤다. 지난달 17일 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한달이 흐르면 소제기를 할 계획이었다. 현행법상 주주 대표 소송은 사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한달을 기다려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담합 과징금은 표면적인 갈등 원인일 뿐 소액주주들은 오랫동안 아세아제지가 주주환원에 인색하다고 지적해왔다. 지난해도 아세아제지는 매출이 1조원을 넘고, 영업이익 약 1100억원을 거둬 '역대급' 실적을 냈는데 배당금 총액은 89억원이었다. 업계가 완전히 겹치지는 않지만 제지회사 한솔제지(22.5%), 무림페이퍼(13.7%)보다 배당성향이 약하다.

아세아제지는 올초 주주연대 요구에 따라 자사주 50억원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주연대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반발했다. 오는 18일이면 소액주주들이 소제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회사의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일단 누그러진 모양새다. 사측 결정에 아세아제지 주가는 이튿날 한 때 12% 가까이 상승했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회사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근 아세아 그룹 차원에서 분위기 변화가 있었다. 아세아제지 지주사 아세아는 지난 10일 자사주 2만8530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분 약 10%를 가진 사모펀드 VIP자산운용의 역할이 컸다. VIP자산운용은 지난 2월 주주총회 등을 통해 아세아에 △자사주 소각 △중간배당 두 가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아세아와 아세아시멘트, 아세아제지는 그룹 창업주 이병무 회장의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장남 이훈범이 아세아시멘트, 차남 이인범이 아세아제지 대표를 맡는다.

주주연대는 아세아제지 경영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세력을 더 키우고 있다. 주주들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사측에서 주주 명부도 받아 놨다. 당초 사측이 불완전한 명부를 보내 주주연대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사측이 완전한 명부를 다시 보내며 신청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주주연대가 현재로서 가진 지분율 6.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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