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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건강이 악화하면 운동은 맹신의 대상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어느 하루 빠뜨리면 숙제를 안 한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들면서 건너 뛴 운동이 주는 병세 악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다. 그래서 아침에 하던 달리기를 혹시 빼먹으면 그날 밤늦게라도 만회해야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6개월쯤 매일 같은 운동(달리기)을 하다가 돌연 나를 지치게 하는 장면과 마주했다. 몸무게가 72kg에서 64kg으로 줄어든 뒤 더 이상 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달리기를 처음 1개월간 1km를 뛰고 2개월간 3km로 늘려 8kg을 줄였고, 다시 3개월간 6km로 늘리는 '고행'을 자처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몸무게는 64kg 제자리에 맴돌거나, 되레 65kg으로 느는 '배신의 늪'에 빠졌다.
'운동=능사' 공식이 깨진 것은 매일 운동을 격일로 바꾸면서다. 당뇨 위험 수준에 이른 나로서는 위험해 보이는 결정이었지만, 필요한 도전이기도 했다. 삶은 '강강'이 아닌 '강약'의 리듬이기 때문이다. 매일 3km 달리기는 격일 6km로 조정했다. 달리기 총량은 같았으나 흐름만 직선을 포물선으로 바꿨을 뿐이다. 그렇게 또 6개월간 했더니, 몸무게는 여전히 63~64kg을 오갔다.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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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은 그래서 운동 후 회복 시간이 중요하고 고강도 운동도 1주일에 2회를 넘지 않도록 권고받는다. 중년뿐이 아니라 전문 보디빌더들도 마찬가지다. 근육량을 증가하기 위해 같은 부위를 연일 하지 않고 쉬게 하는 것도 더 큰 근육을 위한 일보 후퇴인 셈이다.
하루 운동하고 하루 쉬는 것이 비로소 설득된 것은 체중 유지와 건강 기록 덕분이다. 하루만 달리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던 육체적·심리적 불안은 다음날 체중계에 올라선 몸무게를 확인하고 나서야 "휴~"하고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3개월마다 재던 당뇨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새로 확인하러 갈 땐 매일 달리던 때와 비슷한 건강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을 매일 하면 계속 빠질 줄 알았던 살이 빠지지 않았던 사실에서 나름의 텀(term)을 주며 격일 운동으로 전환했고 그런 강약 조절을 통해 몸의 리듬감을 채울 수 있다는 경험이 이제는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나는 경험으로 내 운동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마침 나의 경험을 논리적으로, 실험적으로 증명해준 책도 만날 수 있었다. 진화인류학자인 미국 듀크대 허먼 폰처 교수가 쓴 '운동의 역설'에는 "운동을 많이 할수록 살이 빠지겠지"라는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다. 예를 들어 밥을 먹고 뛰면 탄수화물을 없애고, 그 다음 지방을 태우면서 살이 점점 빠진다는 게 우리가 흔히 아는 운동의 상식이다. 폰처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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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이랬다. 고강도 활동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면 다른 에너지 소비를 절약해 하루 총 에너지 소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즉, 활동량을 늘려 칼로리 소모가 많아지면 몸은 생리를 바꿔 다른 데 쓸 칼로리를 줄여 균형을 맞춘다는 뜻이다. 이 같은 '에너지 균형'은 우리가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량을 증가시키면 우리 몸은 기초대사량을 감소시켜 적응하고, 이로 인해 평소에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점차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적응을 이뤄내는 것을 말한다.
결국 운동으로 아무리 열심히 땀을 빼도 하루에 소비하는 칼로리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고 몇 달간은 8kg이 쉽게 빠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 64kg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상태로 남아있는 나처럼 말이다. '운동의 역설'로 따져보면 꾸준히 운동해도 1년이 더 지난 시점에도 아마 몸무게는 지금과 똑같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지 못한다고 건강까지 악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 운동은 어쨌든 염증 완화에 효과적이어서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운동의 역설이 주는 교훈은 운동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로 읽힌다. 유산소 운동뿐이 아니다. 근육 운동의 경우도 하루를 빼먹으면 올라오던 근육이 쏙 들어가서, 규칙적 운동의 필요성을 맹신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몇몇 논문에서는 매일 근육 운동을 했을 때보다 1주 3회 했을 때 근육 생성에 더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격일 운동이 더 낫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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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리해보니, 운동에 나름 일관적 규칙이 생겼다. 달리기는 이틀에 한 번, 푸시업(팔굽혀펴기)과 스쿼트는 매일 조금씩, 턱걸이도 이틀에 한 번, 계단은 틈나는 대로 등 운동의 종류에 따라 할 수 있는 적당량을 정해 규칙 아닌 규칙적 운동으로 습관화하니,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격일 운동은 너무 바빠 그날 해야 할 운동을 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던 매일 운동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지속적인 운동의 가능성을 확장하면서 건강을 더 지키는 유리한 조건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강박으로 굳어질 뻔한 숙제 같은 운동이 어느새 즐겁고 행복한 놀이로 내 아침을 살포시 깨우고 있었다. "오늘 여유를 만끽했으니, 내일은 신나게 뛰어 볼까."하는 즐거운 속삭임이 본능적으로 뛰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