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일찍 산 우리는 호구냐"…中차주 수백명 몰려와 분노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01.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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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만에 車값 20%↓
환불·보상 요구 집단항의

6일 중국 청두 테슬라 매장 앞 테슬라 차주들의 모습 /AFPBBNews=뉴스16일 중국 청두 테슬라 매장 앞 테슬라 차주들의 모습 /AFPBBNews=뉴스1


테슬라가 중국에서 가격 인하를 단행하자 기존 테슬라 차주 수백명이 각지 전시장과 배송센터에 몰려들어 집단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비싼 값을 주고 먼저 산 소비자만 억울하게 됐다며 환불과 보상을 요구했다.

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각지 테슬라 매장과 전시장에는 기존 차주 수백명이 찾아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불과 몇 달 새 신차 가격이 확 떨어져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관련 항의 영상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베이징에선 공안이 테슬라 매장 밖에 모인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고, 청두에선 매장 앞에 모인 차주들이 "돈을 돌려줘라", "차를 환불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번 소동은 테슬라가 지난 6일 기습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테슬라 중국법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모델3' 판매 가격을 13.5%, '모델Y' 가격을 10% 각각 낮춰 게시했다. 지난해 10월 24일 모델3과 모델Y 가격을 각각 5%, 9% 내린 지 약 1달 반 만에 가격을 추가 인하해 수개월 만에 20% 안팎 값이 떨어진 셈이다.



중국 공안의 중재 아래 테슬라 측과 차주들 간 만남이 성사된 상하이 테슬라의 경우 오는 10일까지 답변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테슬라 중국법인 측은 최근 차를 인도받은 차주들에게도 별도의 보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상하이 테슬라 배송 센터에서 약 200명의 테슬라 차주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던 한 테슬라 차주는 "테슬라의 가격 정책은 책임 있는 기업의 행동 방식이 아니다"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 내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에 잇달아 가격을 내리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테슬라 전체 매출의 약 23%가 이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 할인에 나서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대리점이 없는 테슬라의 경우 홈페이지 등에 가격을 직접 노출하다보니 기존 고객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 손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분석업체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 모델들은 이미 출시한 지 오래돼 다른 경쟁업체들이 내놓는 신차만큼 중국 소비자들에게 신선하지 않다"며 "새로운 모델 개발 없이 가격만 낮추는 전략만으론 브랜드 가치 추락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테슬라의 중국 내 가격 인하로 일부 모델은 한국, 미국에서보다 43%가량 싸지게 됐다. 테슬라는 최근 한국에서도 가격을 내렸지만 중국 내 판매가와는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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