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캡처
밥 대용 탄수화물을 찾다가 한동안 꾸준히 먹었던 음식이 고구마다. 무지갯빛으로 구성한 샐러드에 고구마를 곁들이면 고소한 맛은 증가하고 건강식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빼놓을 수 없는 한 끼 식단으로 자리잡았다.
요즘은 음식마다 1회 섭취량에 당질 함유량이 다르기 때문에 GI만으로는 계산에 오류가 생길 수 있어 당부하지수(GL, GI에 식품 100g당 탄수화물의 함량을 100으로 나눠 곱한 값)를 더 정확한 값으로 보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당의 종류다. 고구마가 다이어트에 '최종 탈락' 위기의 탄수화물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몸에 들어가자마자 흡수가 빠른 단순당의 비율이 높기 때문. 당은 단당류나 이당류 같은 단순당과 다당류나 식이섬유로 구성된 복합당으로 나뉘는데, 단순당보다 복합당은 복잡한 분해과정을 거치면서 천천히 몸속에 흡수된다. 당연히 단순당보다 살이 덜 찔 수밖에 없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복합당은 식품 영양성분표에서 탄수화물 양에서 당류 양을 뺀 수치다. 고구마는 100g당 탄수화물이 32.45g에 당류는 16.3g이니 단순당의 비율이 50.2%로 절반이 넘는다. 각설탕이 당류가 4g이니 고구마엔 각설탕의 4배나 많은 당류가 있는 셈이다. 보통 고구마 1개가 130g에서 150g 정도이니까 하나 먹을 때마다 각설탕 6개를 아주 빠른 속도로 흡수해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고구마 대신 탄수화물을 채울 식품으로 꼽는 '0순위'가 파스타다. 파스타는 라면이나 국수, 중화면과 급을 달리한다. 면이라고 다 같은 면은 아닌 것이다. 당류를 고구마처럼 계산해보면 파스타는 탄수화물이 70g, 당류는 3.4g으로 단당류 비율이 4.8%에 불과하다. 단순당의 비율이 작으니 몸속에서 천천히 흡수돼 혈당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 라면이나 국수처럼 살포시 넘어가는 목 넘김 없이 꼭꼭 씹어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건강식이라는 방증이기도 해서 반가울 따름이다.
다만 고구마가 100g당 탄수화물이 32.45이고 파스타가 70g이어서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 또 고구마는 그 자체로 섭취가 가능하지만, 파스타는 오일 등 '단짠' 소스를 곁들여야 해서 보이지 않는 지방들을 추가로 섭취하는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파스타가 '착한 다이어트'로 부상하는 것은 원료가 백미 같은 일반 밀가루가 아닌 현미에 가까운 듀럼밀(Durum wheat)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당장 고구마 대신 파스타로 갈아 탔더니, 몸에 두 가지 변화가 바로 찾아왔다. 우선 고구마를 먹고 얼마 되지 않아 필연적으로 배에 차던 가스가 현격히 줄었다. 또 먹자마자 부풀어 오르던 올챙이배도 나름의 '선'을 지키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파스타 양이 적이 출출하다 싶으면 식빵 대신 호밀빵이나 통밀빵을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다. 모두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음식들이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음식에 민감해할 필요가 있느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겠지만, 혈당은 요즘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 이슈로 떠올랐다. 서양인처럼 췌장이 길지 않은 유전적 한계도 있고 바쁜 환경이 만들어낸 식습관 문제도 적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 수준을 요구받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식습관에 무지하거나 신경 쓰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다가오는 혈당 앞에서 백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혈당이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오는 발 궤양, 망막 합병증, 심혈관 질환, 만성 신부전 등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심각한 질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먹느냐, 파스타를 먹느냐는 우리 인생사에 그리 중요한 화두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고민으로 얻은 선택의 결과가 우리 생명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냥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혈당은 우리에게 늘 그런 치사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치사하지만 고민할 기회를 줬다는 것에 감사할 날이 올 걸 생각하면 파스타를 선택한 것도, 생고구마를 먹기 시작한 것도 모두 축북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