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 포스터
영화 '마션'의 마지막에 나오는 명대사다. 2015년 개봉한 이 영화의 주인공 맷 데이먼(마크 와트니 역)은 화성 탐사 도중 홀로 남겨졌다가 조난 561일 만에 지구로 돌아온다. 그가 물도 식량도 산소도 없는 화성에서 '감자' 재배에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보면서 생존을 위해 한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감동한 기억이 있다.
지난 4일 밤 11시3분. 이 같은 기적이 우리에게도 일어났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아연채굴광산에서 발생한 매몰사고로 지하갱도에 갇힌 2명의 광부가 극적으로 구조된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광산 지하 46m 지점 갱도 내에 흙더미가 쏟아지면서 고립됐지만 무려 '221시간'을 견뎌낸 뒤 스스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걸어나왔다. 이후 봇물처럼 쏟아진 그들의 생존기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때때로 냉정하고 참혹하기 그지없다. 온 국민이 두 광부의 생환을 애타게 기원한 이유도 세월호 사건 이후 최대 참사로 기록될 이태원 압사사고의 시간과 겹쳐서다. 지난달 29일 핼러윈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갔다가 순식간에 몰려든 인파에 깔려 소중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는 '156명'에 이른다. 여기에 부상자(197명)를 합하면 사상자는 총 353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에겐 영화 '마션'과 '127시간'에 등장한 주인공들이나 봉화광산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광부들처럼 생존을 위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사인이 대부분 심정지로 인한 '압착성질식사'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심폐소생술로 회생 가능한 3~5분 안팎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본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당일 밤 드러난 정부 당국의 대응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부 내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는 물론이고 경찰과 소방청, 지방자치단체(서울시·용산구) 등 관련 기관들의 대처는 미흡하다 못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안일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국회에서 "(관련 당국이) 본연의 역할을 했다면 156명은 사망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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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태원 참사가 끝이 아니란 점이다. 우리 사회를 둘러싼 죽음의 공포는 오늘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30여명이 다친 코레일 열차사고나 출퇴근길마다 타야 하는 지옥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 신뢰를 회복하고 희망을 약속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