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유입 전망"…불안한 증시, 디폴트옵션이 안전판 될까?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2.09.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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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자 자금 몰릴 것…TDF·ETF 지수 편입 종목 유리"

"25조 유입 전망"…불안한 증시, 디폴트옵션이 안전판 될까?


다음 달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디폴트옵션(사정지정운용제도)이 국내 증시의 안전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퇴직연금 자금이 국내 증시로 들어오면서 수급이 개선되고, 중장기적으로 변동성이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다음 달 디폴트옵션 상품을 승인하고 이후 본격적으로 디폴트옵션이 시행될 예정이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와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상품 만기 후 최대 6주간 적립금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 지정한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방치된 자금을 굴리고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7월12일 도입됐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잠들어있던 퇴직연금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최대 70%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통해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100%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윤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디폴트옵션 도입 후 퇴직연금 내 주식 비중이 30~40%까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2024년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금액은 약 20조~25조원"이라고 추정했다.

최 연구원은 "이는 수익률 제고와 노후 보장 목적을 지닌 만큼 장기 성격의 자금"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시장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TDF(타깃데이트펀드)로 돈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연도를 목표 시점으로 잡고 생애주기에 따른 자산 배분 전략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주는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다.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1부장은 "디폴트옵션을 먼저 도입한 미국의 사례를 보면 TDF가 디폴트옵션 상품 중 절대 우위를 차지한다"며 "국내에서도 TDF가 주요 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최근 TDF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67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TDF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조원을 웃돌았다. TDF 전체 순자산 중 퇴직연금에서 유입되는 비중은 2016년 25% 수준에서 지난해 70%까지 상승했다.



TDF 외에 인덱스형 펀드나 테마형 ETF(상장지수펀드)에도 자금이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 연구원은 "TDF와 인덱스형 ETF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지수 구성 상위 종목은 수급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디폴트옵션 상품 대상에 원리금보장형이 포함된 만큼, 디폴트옵션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며 "생각보다 디폴트옵션의 파급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섣부르게 기대감을 품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디폴트옵션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디폴트옵션으로 유입되는 자금들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초기에는 효과를 느끼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초기에는 자금이 폭발적으로 유입되기 어려운 만큼 디폴트옵션의 효과를 느끼려면 최소한 4~5년은 걸릴 것"이라며 "긴 호흡에서 이를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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