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 시청률 기적을 만들어낸 무기는?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7.14 09:39
글자크기
사진제공=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사진제공=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ENA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캐릭터가 극의 팔 할에 달하는 ‘캐릭터물’이다. 실제 방송을 시작하고 약 2주가 지난 상황에서 드라마에 대해 좋은 반응을 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극 중 우영우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말한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똑똑하다’ ‘자폐라는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이를 이겨내려 애쓴다’ ‘대견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배우 박은빈의 연기력과 매력과 버무려져 캐릭터의 매력을 더한다.

이 매력에 빠진 시청자들은 최근 급격히 늘었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된 드라마는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수도권 시청률이 첫 회에는 0.8%에 불과했지만 방송 5회 만에 무려 10.3%로 10%의 벽을 넘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한 편의 잘 짜인 장르물이기도 하다. 굳이 장르를 세세하게 정하자면 ‘복합장르’다.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가 주변의 편견과 선입견을 딛고 성장하는 휴머니즘 드라마이면서 한 편 한 편 송사의 시작과 끝을 다루는 옴니버스식 법정물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우영우(박은빈)와 이준호(강태오), 권민우(주종혁)와 동그라미(주현영) 등 젊은이들이 엮어가는 로맨스물이다. 또 한 편으로는 ‘우영우의 아버지 우광호(전배수)는 왜 미혼부가 된 것일까’ ‘법무법인 한바다의 한선영 대표(백지원)는 우영우의 친모 이야기를 왜 꺼내는 것일까’ 하는 전개를 생각하게 하는 추리물의 성격도 갖고 있다.



사진제공 =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사진제공 =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복합장르는 2010년대 후반 들어 안방극장을 장악하는 지배적인 장르가 됐다. 과거에는 로맨스, 코미디, 호러, 판타지 등 하나의 색이 뚜렷한 이야기가 각광을 받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가 우리의 곁에서 소비됐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작품에서 여러가지 요소를 추출할 수 있는 복합장르가 유행 중이다. 최근에 방송된 작품들만 봐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은 살육이 거듭되는 배틀물이면서 각 인물의 전사를 궁금하게 하는 추리물이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경우에도 좀비물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고교생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학원물이기도 하다.

최근 윤계상은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키스 식스 센스’를 마치고 “최근에는 복합장르가 아닌 작품이 없다. 우리 작품만 해도 로맨스가 그려지다가 갑자기 스릴러로 변하고 코미디가 나오기도 한다. 배우라면 이 모든 상황변화에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데 복합장르의 장점이자 단점은 이 조화다. 이 조화가 잘 이뤄질 경우에는 그 어떤 작품에도 볼 수 없는 신묘한 경지가 펼쳐지지만,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각각의 요소가 삐걱대면 그것처럼 산만한 작품도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장르 하나하나의 기본을 잘 지키면서 그 조화를 이루는 일이 모든 드라마 제작자, 스태프들의 바람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좋은 예시로 남을 것 같다. 일단 휴머니즘적인 요소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당긴다. 자폐가 있는 변호사 우영우는 씩씩하게 한바다의 일원으로 재판에 나서지만 조금씩 시련을 겪는다. 호감이 있는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의 후배를 거리에서 만났는데 ‘장애인 자원봉사를 하고 있냐’는 말을 듣고, 역시 자폐 증상이 있는 피고인을 변호하는 과정에서는 피고인의 부모에게 불신을 받는다. 그는 결국 낙담해 변호사를 관두기로 하지만 다시 친구와 남자주인공의 격려로 용기를 낸다.



사진제공 =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사진제공 =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주인공의 등장은 극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단순히 사회적 약자의 등장으로 눈길을 끌지는 않는다. 그의 담담한 독백을 통해 자폐를 이 사회가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 들려준다. 응원의 마음이 생기면서 시청자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구성이 자연스럽다.

법정물로서도 만족스럽다. 법리를 펼치고 재판의 상황에서 어떤 창의적인 발상이 먹히는지를 절묘하게 파고든다. 1회에서 형사사건을 민사사건을 돌려 생각한다든지, 2회에서 특별손해를 생각해 내 332억원의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발상을 하는 것도 실제 법조인들의 무릎을 치게 했다. 그 와중에도 사건의 경중을 정확히 판단하고, 무리한 재판이라든지 승소 가능성이 없는 재판도 가늠해내는 균형감각도 절묘하다. 궁지에 몰리던 우영우가 ‘고래가 나타나는’ 각성의 과정을 거쳐 명쾌한 결론을 낸다는 구성 역시 카타르시스를 준다.



로맨스물로도 평균 이상은 한다. 이준호가 우영우에게 갖는 관심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단순한 배려나 동정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준호 캐릭터는 고래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영우를 위해 시간을 따로 내 고래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는 큰 고래의 사진을 걸어 우영우를 감동하게 하는 이벤트도 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우영우가 가진 마음의 담벼락이라는 장애물이 있지만 이준호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스며들듯 우영우에게 다가선다. 이 역시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하는 설정이다.

우영우 역의 박은빈 그리고 강태오(이준호 역), 강기영(정명석 역), 최수연(하윤경), 권민우(주종혁) 등 주요 인물들의 연기뿐 아니라 드라마는 한 편당 주인공이 되는 유력 조연들을 배치해 캐릭터성을 높였다. 누가 봐도 이 드라마는 ‘원톱’ 우영우가 이끄는 캐릭터물이다. 하지만 이 캐릭터를 떠받치는 장르들의 단단한 교합이 있기에 작품은 대중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이 단단함이 지금 드라마를 향한 열기의 원동력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