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이어 환율 급등까지...업계마다 '노심초사'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이재윤 기자, 박미주 기자 2022.06.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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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00원을 넘었다.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달러와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한 여파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적으로 132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2.6.23/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00원을 넘었다.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달러와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한 여파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적으로 132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2.6.23/뉴스1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입기반 국내 제조기업이 원 달러 환율 급등 영향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도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이다. 수출기업들도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만 원가부담도 커져 많은 이익을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지, 시멘트 등 원료수입 기반 업종 '흔들'
22일 장중 원 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제조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환율까지 발목을 잡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유와 펄프, 유연탄(고효율 석탄) 등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업종들은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제지업계는 펄프 가격이 사상최고 수준인 1톤당 1000달러에 육박하면서 심각한 비용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발 수급 불안과 물류대란에 이어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1년만에 단가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펄프 가격이 최근 6개월 동안 50%가량 올랐고, 더 많은 달러를 주고 사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생산의 연료가 되는 유연탄을 수입하고 있는 시멘트업계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시멘트사는 주로 호주나 러시아산 유연탄을 수입하는데 최근 가격이 폭등했는데 환율까지 오르면서 사면초가 상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원자재 수급문제로 계약기간이 1년에서 1달로 줄어들면서 환율 급등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며 "한 달 분량의 재고분만 비축하고 있어 충격을 완화할 장치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부산=뉴스1) 김영훈 기자 = 화물연대가 총파업 돌입 8일 만에 파업 철회 결정으로 화물차들이 운행을 재개한 15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2.6.15/뉴스1스1  (부산=뉴스1) 김영훈 기자 = 화물연대가 총파업 돌입 8일 만에 파업 철회 결정으로 화물차들이 운행을 재개한 15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2.6.15/뉴스1스1
K푸드 식품기업은 고환율 수혜
식품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수출 비중이 낮은 내수 기업들은 고환율과 고물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내수 중심의 식품기업 관계자는 "원자재 상승 여파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실적 부담이 커졌다"며 "1300원까지는 위기대응계획 시나리오 범주에 있지만 더 이상 오르면 손실이 급증한다"고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품목 자체를 수입해야 하는 와인·위스키 업계의 부담도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처지다. 무엇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2년여만에 맞은 반등의 기회가 상쇄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한 분위기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고환율로 원가부담을 상쇄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한 '비비고' 브랜드를 보유한 CJ제일제당이나 90여개국 이상에 '불닭볶음면'을 수출하는 삼양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식품 45%, 바이오 95% 등 약 60% 정도다. 삼양식품 역시 64%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소주 수출비중을 늘리고 있는 하이트진로 역시 고환율 수혜기업으로 손꼽힌다.

한 수출 주력 식품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출대금을 달러로 받고 있어 고환율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출 비중이 높다보니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구매 부담은 상쇄되고 매출 실적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6.23/뉴스1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6.23/뉴스1
중견·중소기업계 "경제 악영향, 대책 마련해야"

하지만 중견·중소업계는 수출기업이라 할지라도 고환율에 따른 이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졌는데 환율까지 오르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수출기업 역시 제조가격이 높아지고 있어 이익을 많이 남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원자재를 공급받아 가공·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환율 인상에 따른 비용을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할 처지다. 원자재와 환율이 오른만큼 납품단가를 더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환율 인상과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 가장 피해를 입는 건 중소기업"이라며 "관세인하 등 정부대책과 납품단가 연동제 등 대기업들의 고통분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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