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노인은 옛말…'일할 사람' 늘려야 모두가 산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한민선 기자, 유승목 기자 2022.06.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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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에 몰린 인구절벽](下)

편집자주 결혼식보다 많아진 장례식, 돌잔치보다 익숙한 환갑잔치. 대한민국이 경험해보지 못한 현실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속도는 예상 경로를 벗어났다.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속도가 빠르다. 대한민국은 골든아워(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에 몰렸다. 인구구조를 봤을 때 앞으로 3~4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尹정부 저출산위 '개점휴업'..인구정책 구심점 안보인다
65세 노인은 옛말…'일할 사람' 늘려야 모두가 산다


윤석열 정부에서 인구정책을 추진할 조직의 윤곽이 잡혔다. 정부는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던 사회적 목소리와 달리 기존 체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조직개편 지연, 인사 공백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에서 정부 초기 인구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한계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인구정책의 추진체계로 기획재정부 중심의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와 저출산위를 제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인구정책 추진체계와 동일하다.

달라진 점은 인구TF가 인구위기대응TF로 간판을 바꿨다는 것 뿐이다. 인구TF는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대응'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2019년 신설한 조직이다. 인구정책의 범정부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기재부가 키를 잡았다.



인구TF는 TF의 특성상 한시적으로 운영되거나 정식 직제로 승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현행 체계를 유지하게 됐다. 지난 2월에는 4기 인구TF가 출범했다. 익명의 인구정책 전문가는 "인구정책 유관부처 중 그나마 조직이 꾸려진 기재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정책의 또다른 축인 저출산위는 상황이 좋지 않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2005년 출범한 저출산위는 정권에 따라 대통령 직속과 보건복지부 소속을 오갔다. 지금은 대통령 직속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명목상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에는 부위원장과 사무처를 신설하는 등 저출산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저출산위는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위원회 조직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기재부 중심의 인구TF가 출범한 것도 저출산위의 한계에서 출발했다.


저출산위는 현재 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부위원장도 공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월 위촉된 서형수 전 부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사임했다. 대통령이 저출산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보니 실질적으로 위원회를 이끄는게 부위원장이다.

저출산위의 민간위원들도 임기가 끝났다. 후임위원이 위촉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당연직 위원인 7개 부처의 장관 중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은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개점휴업' 상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출산위의 조직 정비는 복지부 장관이 임명된 뒤에야 논의될 전망이다. 저출산위는 복지부와 사실상 호흡을 같이 하고 있는데,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원구성 문제 등으로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도 불확실하다.

현재로선 윤석열 정부에서 인구정책의 추진체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인구와미래전략TF'를 가동했다. 인수위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대체할 인구정책기본법 제정을 제안했다.

인수위의 제안은 기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저출산·고령화의 속도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 인구변화에 대응하고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구상이 뒷받침되려면 인구정책의 추진체계도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바꿔야 인구정책의 거버넌스도 바뀐다"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을 시작하고 논의를 진행해 제대로 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인연령 '65세→70세' 바꿔야…정년연장 안하면 일 할 사람없다
65세 노인은 옛말…'일할 사람' 늘려야 모두가 산다
30년 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먹여 살려야 한다. 저출산 해법이 요원한 가운데 정년을 연장해 생산가능인구 기준을 상향하는게 현실적 대안으로 남았다. 인구절벽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연령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9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0~2050년'에 따르면 국내 생산연령인구(15~64세) 2020년 3738만명(72.1%)에서 2050년에는 2419만명(51.1%)까지 감소한다.



생산연령인구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인구 계층을 말한다. 2050년에는 일할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셈이다.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지만, 2070년에는 46.1%로 절반 이하로 떨어져 가장 낮아질 전망이다.

부양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생산연령인구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를 기존 64세에서 69세로 조정할 경우 2070년 노년부양비는 기존 100.6에서 74.4로 감소한다. 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를 뜻한다.

생산연령인구 기준을 올리게 되면 그에 따라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 기준도 변한다. 65세인 법적 노인 연령을 70세 안팎으로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금 및 복지 수급, 지하철 무임승차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정년 연장 논의와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통계적으로 생산연령인구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노년층에 일할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인구정책 방안으로 '청년 세대 공존을 고려한 정년 연장'을 제안한 바 있다.

60세인 정년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금 체계 개편 논의가 필수적인데 이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예상된다.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 갈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노동력 수요·공급 차원에서 정년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순히 생산연령인구를 늘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현재는 노동력 공급이 과잉된 상태지만 2035년부터는 우리나라도 일본·유럽처럼 노동력 부족이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충격 완화를 위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 3년마다 1년씩 정년을 늘리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며 "'기업은 임금 체계 개편, 개인은 기술 훈련 등 사회 시스템적으로 체질을 바꾸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고령자 계속고용제 도입'이 논의되는 것과 관련, "노동 지위·연속성 측면에서 안정적이고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정년 연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저출산·고령화 위기에 시한폭탄 된 '연금'..개혁 더 못 미룬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국민연금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 사이 출생)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함께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몇 안되는 제도다. 마땅한 노후대책이 없는 은퇴자는 수십년을 부었는데도 월평균 57만원에 불과한 수령액이 마뜩잖고,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단 걱정이 앞서는 사회초년생은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 불만스럽다.

정작 연금개혁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회색코뿔소(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는 위험)로 전락한 지 오래다. 현 세대를 위한 노후보장과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의 접점을 좀처럼 찾지 못해서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데다 정치적 부담도 크다보니 지난 정부에서도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연금개혁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연금 수급자가 600만 명을 돌파했다. 500만 명을 넘어선 지 25개월 만이다. 앞서 30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증가하는 데 56개월, 40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도달하는 데 42개월이 소요된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빠르게 늙어가는 인구 변화가 부채질한 결과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2030년 874만명, 2040년 1290만명으로 갈수록 급증할 전망이다.

저출산 '인구절벽'까지 맞물리며 국민연금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다. 받을 사람은 많은데 이를 부양할 인구가 없다보니 2055년이면 적립금이 '제로(0)'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 추세대로라면 고갈 시점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바닥난 국민연금을 나랏돈으로 메꾸게 되면 국가 재정 붕괴도 시간문제다. 저출산·고령화 위기대응에 나선 새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국민연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을 조정한 시나리오별로 예측한 적립금 고갈 추이. /표=국회예산정책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국민연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을 조정한 시나리오별로 예측한 적립금 고갈 추이. /표=국회예산정책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교육개혁과 함께 연금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사회 체질개선이 지연되는 이유로 지지부진한 연금개혁을 들고, 적정 노후소득보장과 연금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내년 예정된 재정계산을 마친 뒤 개선안을 마련해 공적연금개혁위원회에서 개혁 논의를 추진한단 구상이다.

기본방향은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 확립이다. 1998년 정해진 뒤로 24년째 동결인 보험료율(9%)을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40%대로 '용돈 연금'이란 비아냥까지 나오는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기 어렵단 점에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분석한 국민연금 개편 시나리오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45%로 잡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면 적립금 고갈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8년, 14%로 올리면 14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세제혜택 확대 등으로 개인·퇴직연금의 가입률과 수익률 제고를 유도해 사적연금도 활성화한단 계획이다.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국민연금 개편과 연계해 월 30만원 수준인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40만원까지 인상해 노후소득을 보장하겠단 방안도 제시했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생길 수 있는 경제적·심리적 손해를 최소화하고 노후소득 보장기능을 확대하겠단 것이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노후소득 보장기능 강화를 위해 세제혜택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를 현행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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