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의 건강일기] ⑨ 오후 6시 밥 한 공기 VS 오후 8시 밥 반 공기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에디터 2022.06.1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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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사진=유튜브 캡처/사진=유튜브 캡처


어느 날, 오후 6시 밥 한 공기를 다 해치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몸무게는 그 전날보다 500g 더 줄었다. 탄수화물 반 만 먹겠다고 지난 6개월간 다짐하고 실천했지만, 이날 만큼 약속을 못 지키고 한 그릇 뚝딱 해치웠는데 되레 몸무게가 줄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날 저녁 밥 반 공기만 먹고 식단 약속을 지켰다는 즐거움에 잠들었다. 비록 밥때를 놓쳐 저녁 8시에 먹었다는 점만 빼놓고는 완벽한 식사 양과 구성이었다. 하지만 웬걸? 몸무게는 전날보다 500g 더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음식 양에 목숨 걸듯 했는데, 이런 반전의 결과를 보니 허탈했다. 나름 과학적 데이터를 도입해 양을 조절한 나의 노력이 한꺼번에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그렇다고 양이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로 보고, 이번에는 다른 실험을 감행했다. 오후 6시 밥 한 공기를 먹고 대신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며칠 전처럼 500~600g 사이의 몸무게가 빠졌다. 다음 날 오후 8시 저녁은 밥 반 공기에 3km 달리기까지 하며 며칠 전 배반의 결과를 만회하려 애를 썼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한 운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몸무게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도대체 내가 기대하는 몸무게를 얻을 상수, 아니 변수는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정답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닌 '언제' 먹느냐였다.



지금으로부터 길게는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대세는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였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쌀, 떡, 빵 같은 주요 탄소화물을 가급적 줄이고 세 끼 식사도 조금씩 나눠 여섯 끼로 먹는 게 권장되던 시절이었다. 10여 년 전 공중파 방송 아침 프로그램을 보면 '오후 6시 이후 음식을 먹는 게 좋을까 나쁠까 같은 문제'에 팽현숙씨가 밤에 이것저것 먹어대는 통에 남편 최양락의 배가 볼록해졌다며 "나쁘다"고 지적하지만, 영양학자는 '오후 6시 이후 먹는 게 나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늦은 식사를 '건강의 적'으로 보지 않았다.

저녁을 '언제' 먹느냐는 운동과 식사 양에 따른 체중 조절에 비해 좀 더 확실한 효과를 드러낸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자 경우엔 64kg대 중반을 유지하던 체중이 저녁 시간만 조절하니 63kg대로 처음 내려왔다. /사진=김고금평 기자저녁을 '언제' 먹느냐는 운동과 식사 양에 따른 체중 조절에 비해 좀 더 확실한 효과를 드러낸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자 경우엔 64kg대 중반을 유지하던 체중이 저녁 시간만 조절하니 63kg대로 처음 내려왔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신 트렌드는 이와 정반대 노선을 지향한다. 오후 6시 이후 식사는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소화 기능을 망가뜨리고 기름진 배로 구성된 내장 비만에서 탈출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환된 단어 '생체리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용어는 24시간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분자역학을 발견해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3명의 과학자를 통해 재조명됐다. 24시간을 잘게 쪼개 몸이 각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쉽게 요약하면 12시간 활동기, 나머지 12시간 휴식기로 나눌 수 있다.

이전의 가설에 따르면 생체리듬은 오로지 태양의 빛으로만 조절됐다. 새로 발견된 것이 음식 섭취다. 이 섭취에 따라 생체리듬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빛과 어둠만 존재했던 자연의 시대를 상기하면 그 흐름(음식 섭취)이 쉽게 역행하는 꼴은 아니다. 즉, 빛이 있을 때 먹고, 어둠이 나타나면 섭취를 중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구가 발명되면서 태양이 사라진 시간에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지면서 우리는 어둠을 이기는 '빛의 시대'를 연장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한밤중에도 낮처럼 먹기 시작하고 곧 24시간 음식과 함께하는 문화에 쉽게 적응했다.


최신 영양학 학술잡지에 실린 논문의 한결같은 주장은 '식사는 타이밍'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식사빈도와 타이밍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선 △아침 식사 필수(특히 당뇨 환자들) △하루 2, 3끼 △12~16시간 금식 유지를 주요 조건으로 내세우는데, 금식 유지는 결국 해가 지는 오후 6시 이후에 이행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런 생체리듬에 맞는 음식 섭취는 설사 오후 6시 이전에 기름진 음식을 먹었다 할지라도 살이 덜 찔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그제야 내가 양을 2배 이상 늘려도 살이 더 빠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식사 양이나 운동 같은 변수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시간이라는 사실을 새로 깨달은 것이다.

/사진=유튜브 캡처/사진=유튜브 캡처
여러 방송에서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는 실험을 잇따라 했다. 한 방송에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식사하는 아침형 간헐적 단식, 그리고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식사하는 저녁형 간헐적 단식 두 그룹을 비교했더니, 아침형이 모든 성인병 수치를 떨어뜨리며 건강 조절 능력이 뛰어났다. 다른 방송의 실험은 참가자들 모두 하루 똑같은 음식 칼로리를 주되, 아침과 저녁만 양을 바꿨다. 아침 700kca(다른 그룹 200kcal)l를 먹는 그룹과 저녁 200kcal(다른 그룹 700kcal)를 먹는 그룹의 결과 역시 저녁 양이 적은 그룹의 완승이었다.

일본의 한 의사는 1일1식 저녁만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얘기를 담아 화제를 일으키고 탤런트 오현경은 상당수 저녁을 건너뛰는 경험으로 놀라움을 전했는데, 나는 솔직히 그렇게 먹는 재미를 없애면서까지 극단의 건강을 유지하고 싶지는 않다. 먹는 시간이 제한적이어도 세 끼는 먹어야 한다는 게, 아니 먹고 싶다는 게 나의 바람이다.

그래도 조금 변한 게 있다면 오후 8시 먹던 저녁식사를 웬만하면 오후 6시 이전에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회사 생활하며 6시 저녁을 해결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그 시간에 가깝게, 아무리 늦어도 7시 전후에는 저녁을 마치는 걸 목표로 삼는다. 실제 그렇게 했더니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아침에 눈 뜨면 속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고 몸무게는 더 줄어들었으며 아침은 꼭 찾아 먹게 되고 뱃살도 한 뼘 줄어든 수치를 경험한다.

다만 너무 일찍 저녁을 먹는 탓에 잠들기 전까지 허기를 달래기 어렵다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시간을 다른 일과 취미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돌리거나 전보다 더 일찍 자는 습관을 기르는 계기로 삼는 등의 자기만의 묘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오후 6시 저녁 먹기 실천이 겨우 1주일을 넘겼을 뿐인데, 그 효과가 남달라 가장 중요한 건강의 기준으로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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